한은, 석달 만에 0.1%p 더 내려… 경기둔화 본격화정부도 "수출 감소 폭 확대, 내수 회복세도 약해"KDI "하반기 점진 회복"… WSJ "中리오프닝 효과 '글쎄'"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올해 조기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주요 기관들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0.1%포인트(p) 더 낮춰잡았다.

    1.6% 성장률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전망한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2.5%)보다 0.9%p 낮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2년 반 만에 역성장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하자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이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과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기둔화 우려' 대신 경기가 둔화한다고 직접 언급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처음이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경기 흐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KDI는 앞선 9일 내놓은 '2023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 상반기 경기둔화가 심화할 거로 내다봤다. KDI가 예상한 상반기 성장률은 1.1%다. 경기둔화 폭이 종전 예상보다 더욱 깊어질 거로 봤다. KDI는 최근 '경제동향 2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한층 더 어두워진 진단을 내놨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하반기부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거로 예상하면서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전과 같은 1.8%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한은 전망치보다는 0.2%p 높은 수준이다.
  • ▲ 중국 베이징의 쇼핑가를 지나는 시민들.ⓒ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의 쇼핑가를 지나는 시민들.ⓒ연합뉴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KDI는 상반기 경기둔화 속도가 가팔라진 만큼 하반기 회복속도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거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 반등하면서 수출 부진 완화로 이어질 거라는 분석인데 그 중심에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호재로 작용할 거라는 전제가 깔렸다. 그 배경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있다. IMF는 올해 중국 경제가 5.2%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중국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주장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중국의 회복이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예년만 못할 거라고 진단했다. WSJ은 중국의 과거 위기 극복 모델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부양에 기반했으나 중국 지방정부들이 심각한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웬만한 인프라 시설은 이미 건설돼 있어서 정부 주도의 대규모 부양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정책(제로 코로나)으로 억눌렸던 보복소비 회복이 세계 시장을 달굴 정도로 뜨겁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가계가 서방 국가들에 비해 적은 코로나19 팬데믹 지원금을 받은 데다 취약한 노동시장 등으로 말미암아 팬데믹 기간 쌓은 2조6000억 달러 규모의 저축 중 70% 이상을 장기 저축으로 묶어놨다는 점이 소비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설상가상 중국발(發) 수요가 폭발해도 글로벌 경제가 반작용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리오프닝에 따라 주춤하던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다른 나라 경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발 통화긴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것도 한국 경제가 조기에 반등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불안해지고 노동시장의 과열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 대신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다시 강해지는 분위기다. 다음 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다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지난 2000년 기록한 역대 최대 금리차(1.50%p)를 넘어 1.75%p까지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