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및 기아, 지난해 러시아 판매 급감지난해 3월부터 가동중단. 최근 구조조정 진행다른 글로벌 브랜드처럼 철수 가능성도 제기
  • ▲ 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 지난해 3월부터 가동 중단이 된 상태다. ⓒ현대차
    ▲ 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 지난해 3월부터 가동 중단이 된 상태다. ⓒ현대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의 개점휴업 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전쟁 이전 20만대 수준이 지난해는 10만대, 올해는 약 6만대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현대차의 고민도 커지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9만7000대를 판매했다. 2020년 18만6000대, 2021년 20만8000대에 비해 절반 가량 감소했다. 

    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0년 20만5000대, 2021년 22만2000대에서 2022년 8만50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간 23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 게다가 지난 2020년에는 연산 10만대 규모인 제너럴모터스(GM)의 러시아 공장을 인수하면서 30만대 이상으로 케파를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현대차의 러시아 전략은 큰 타격을 받았다. 

    전쟁 직후 미국, 유럽연합(EU) 주도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단행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겹치면서 지난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만 해도 1만7000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3월 3708대, 4월 2242대, 5월 1575대, 6월 862대로 하락했고 7월에는 14대까지 떨어졌다. 8월과 9월에는 한 대도 판매하지 못했고 10월 1342대를 끝으로 올해 2월까지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 ▲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난 2016년 회장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난 2016년 회장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 근무하던 2500여명의 직원들 중 90%는 가동 중단 직후 휴직 상태로 전환됐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300명 가량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양사는 올해 러시아 판매 목표를 각각 5만8000대, 7만7000대로 설정했다. 전년 대비 각각 40.2%, 9.5% 감소한 수치다. 불확실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올해 목표 달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를 비롯해 벤츠, 르노,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이미 러시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차는 쉽사리 철수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에서 북미, 유럽, 중국, 인도, 아중동, 중남미 시장과 함께 중요한 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몽구 명예회장이 회장 시절 러시아 공략에 공을 들인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16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장이 회복됐을 때를 대비해 지금 우리 브랜드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가 이미 러시아에서 큰 타격을 입었는데, 단기간 내에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철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전쟁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러시아 공장과 관련해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