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내 가족처럼'… 짧은 진료시간 내 만족도 올려야 세분화된 상황에 부합하는 수술법 확보가 관건맞춤형 치료체계 형성에 앞서 환자와의 신뢰도 형성
  • ▲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빅데이터, AI(인공지능)의 발전은 정밀의료를 구체화하고 있다. 불필요한 부분은 걷어내고 긍정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발전 속도 역시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 중심성’은 더 강조돼야 할 가치로 떠오른다. 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도 형성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본보와 만난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료를 표방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고 그 방향성에 부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언제나 환자에게 답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폐암, 식도암 명의로 불리는 그의 연구실 화이트보드엔 수술 건수와 성과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내 가족처럼’이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졌다. 외래진료에 들어가기 전 몇 번씩 되뇌는 말이다. 

    그는 “전국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보러 오는 그 무거운 책임감을 유지하는 개인적인 방법”이라며 “짧은 진료시간 내 환자가 만족하는 진료와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선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터뷰 당일 오전 인터뷰 이후 외래진료 일정을 소화하는 그는 오후 1시부터 75명의 예약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3분 진료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국내 의료체계의 개선돼야 할 문제이지만 폐암이나 식도암 환자들이 김 교수를 찾아오는 것은 생사의 문제와 직결된 영역이다. 짧은 시간 내 가장 효율적인 답을 구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가 필요한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환자 중심성이 강조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김 교수는 “같은 폐암 3기 환자여도 수술 후 예후는 천차만별이다. 식도암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외과의 영역에서 정밀의료는 환자중심 의료체계가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됐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를 내 가족처럼’ 여기는 의사가 많아진다면 이에 비례해 정밀의료의 방향성도 명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폐암, 식도암 환자들이 평가하는 김 교수는 ‘친절한 교수’로 정평이 나 있다. 차가운 진료실 분위기에서 벗어나 희망을 얻고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 폐암수술, 정밀의료에 한 발짝 

    김홍관 교수는 폐암 수술시 정밀의료를 추구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수술 전 임상정보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림프절 절제 범위를 정하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그간 암의 병기나 침윤 정도와 상관없이 암을 포함해 주변 정상조직과 림프절까지 모두 잘라내는 게 일반적인 지침이었지만, 잇따른 논문을 통해 수술의 표준을 바꾸는 단초를 마련했다. 

    김 교수는 “2건의 논문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쉽게 말해 하나는 조기 폐암이나 간유리음영 형태의 예후가 좋은 경우 최소 절제가 유리하다는 내용이며, 다른 하나는 3기 이상의 환자는 완전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지난해 세계폐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 IF = 20.12)’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경우보다 최소 절제한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폐암수술을 받은 임상병기 1기부터 3기 사이 환자 5117명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최소 절제 환자 중 주변 림프절을 모두 보존한 경우가 90%로 가장 높았다. 

    그는 “최소 절제한 환자들은 주로 폐암의 악성도가 낮고, 전이 위험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수술 전 평가에서 이러한 환자라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편이 합병증 위험은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정반대의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미국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 IF=13.78)’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선행항암이 필요했던 환자들은 광범위 절제가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을 담았다. 

    2003년부터 2019년 사이 종격동이나 기관분기 아래 림프절로 암이 뻗쳐 폐암 3기로 확인된 환자 910명의 수술 후 생존율도 비교 분석한 결과. 광범위 절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0%로 가장 높았다. 

    사망 위험을 상대적으로 평가했을 때 광범위 절제 환자 대비 최소 절제 환자는 18%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재발위험도 비슷했다.

    즉, 예후가 좋은 조기 폐암과 달리 진행된 폐암으로 선 항암방사선치료 후 수술할 경우 광범위하게 완전 절제를 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찾듯이 수술도 환자 상황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였다”며 “이 같은 세분화된 조건이 완성되는 것이 바로 정밀의료로 향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환자와의 신뢰감 형성이 이뤄지는 것.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