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300조 클러스터 조성…시스템LSI 중심 기지 육성보조금 이슈부터 가드레일 조항까지 '규제'… 국내 선회 이유 충분TSMC도 美 투자 '골머리'… 현지 인력충원·비용 상승 문제 커져 고민
-
삼성전자가 오는 2042년까지 20년 동안 총 300조 원을 들여 경기도 용인에 세워질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 조성에 참여한다. 여기에 세워질 파운드리 공장만 5곳이 예정돼있다.미국에서 보조금 지급 기준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가드레일 조항 등이 사실상 독소조항으로 작용하면서 국내를 반도체 생산 핵심 기지로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대만 TSMC도 미국 생산으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에 참여해 오는 2042년까지 20년 간 총 300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5곳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화성과 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20년 안에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를 두고 외신에선 한국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해 움직였고 삼성이 이에 동참했다는 평을 쏟아냈다. 블룸버그는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삼성이 투자로 답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는 "지난달 미국 보조금 지급 관련 칩스(CHIPS)법안의 세부사항이 발표되면서 다른 국가들도 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차원"이라고 해석했다.윤석열 정부와 삼성의 이 같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결정은 외신들이 말한 것처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와 안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한국이 이처럼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면서 그간 삼성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추가적인 투자 러브콜을 보냈던 유럽이나 미국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
반도체업계에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보조금 지급 기준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대거 포함된 탓에 국내 투자로 선회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내 투자는 물론이고 앞으로 추가적으로 생산기지를 미국 내에 확충하게 되면 실익이 크지 않고 자칫하면 생산 비용이 지나치게 올라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게다가 아직 발표 전인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까지 더해지면 미국 투자는 오히려 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투자금까지 고스란히 날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이 조항으로 발생될 수 있다.이미 미국에서 삼성보다 일찌감치 파운드리 신공장 투자를 진행 중인 대만 TSMC도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이 예상보다 훨씬 힘들다는 상황을 전했다. 아직 투자 초반인 지금부터 이런 애로사항이 전해지는데 실제 완공 후 생산에 들어갔을 때는 실질적으로 비용과 수익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대만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3일 반도체 장비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TSMC가 미국에서 짓고 있는 신공장에서 5나노, 4나노,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게 될 경우 수익성 있는 대량 생산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며 "건설비용 일부를 고객에 전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TSMC는 새 공장 건설과 운영을 하는데에 '인력 부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다. 가뜩이나 현지에서 반도체 전문 인력을 뽑는게 한계가 있는데다 인건비는 대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 부담이 가득하다. 일정 비율 이상 현지인 직원을 채용하기도 해야 하는 조건 상 외국인 직원을 채용해 기존 대만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서로 너무 다른 고용 문화에서 근무해왔다는 것도 꽤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결국은 이 같은 문제들이 미국 생산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을 잡기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게 대만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결국 대만 TSMC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란 게 더 큰 문제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TSMC보다 수율이나 비용 부담이 더 큰게 현실인데 미국 생산으론 이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게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며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선 미국을 생산 전략기지로 쓸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닌데다 미국이 독소조항까지 들이미는 탓에 국내 생산 기지 확대로 기운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