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사의 표명, 차기 대표 경선 원점수장 부재 휩싸여 작년 12월부터 경영 시계 제로디지코 전략 차질 불가피... 이사회 물갈이 목소리 높아
  •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경영진 구성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초유의 리더십 부재로 상반기 경영 공백이 예상되면서 KT그룹 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8일 KT에 따르면 윤 후보는 27일 이사회에 후보직에서 물러난다는 사퇴서를 제출했다. 윤 후보가 내정된 지 20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

    이로써 KT는 지난해 12월 이후 경영 시계가 멈춰서게 됐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가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두 차례나 받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문제 삼으며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한 바 있다. 이후 3번째 경선을 통해 윤 후보가 내정됐지만,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혔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윤 후보를 구 대표의 '아바타'라며 비판했다. 특히 지난 정권에 임명된 KT 사내외 이사진들의 '이익 카르텔'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31일 진행될 주주총회는 표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높았다. 국민연금(10.12%)을 필두로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48%) 등 대주주들이 반대표를,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다분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해당직에 사의를 표명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50개 계열사를 이끄는 KT 수장 부재로 각종 사업추진·경영 일정이 차질을 빚게된 것.

    KT는 지난해 12월 이후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KT 차기 대표 경선을 다시 시작하는데 최소 1~2달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서 5월까지는 정상화가 되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경영 로드맵이 구축되지 않으면서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주가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윤 후보 사의 표명 이후 KT의 주가는 장중 3만원 밑으로 떨어진 2만 9950원에 거래됐다. 10조원을 넘겼던 시가총액 역시 7조 8464억원으로 2조원 넘게 증발했다.

    KT 내부적으로도 이사회의 책임론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기 대표 선정에 거듭 실패하는 이사회의 '이권 카르텔'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사회 전원 물갈이를 통한 조직 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구현모·윤경림), 사외이사 6명(김대유·유희열·김용헌·강충구·여은정·표현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총에서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3명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내이사 전원이 물갈이 될 것을 감안했을 때 이들 3명의 재선임 역시 부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KT 노조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며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T 정관 제29조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박 사장이 앞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으로 벌금형을 받은 점을 감안해 직무대행 신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직제상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부사장이 CEO 직무를 대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