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최대주주 지분 제한 추진, 정부·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탄력네이버-두나무 딜 성립 불투명, 게임업계도 독립성 훼손 우려혁신 서비스 개발 제한, 투자 위축·해외 엑소더스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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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최대주주 지분율 제한 방안에 ICT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을 핵심 플레이어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민간이 주도해 성장시킨 가상자산 업계 혁신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다룬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를 거론 중이다. 거래소 최대주주 지분율을 15~20% 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으로 공공 인프라적 성격 측면에서 소유 지분 규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CT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상용화를 앞두고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과 위메이드를 중심으로 한 게임사들, SI(시스템 통합) 업계에서는 LG CNS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두나무와 합병을 통해 가상자산 인프라와 네이버페이 결제망을 연계하며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가능한 생태계를 제시한 바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 주요 경영진 중심 TF를 결성하고, 민주당 디지털자산TF에 자문위원을 참여시키며 입법 과정에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스테이블코인에 가장 적극적인 게임사로, 지난해 11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메인넷 소스코드를 공개했고 지난달 30일 자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 ‘스테이블넷’을 공개했다. NHN도 결제 계열사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에 대비한 TF를 구성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도 출원한 상태다. 넥써쓰는 자사 블록체인 ‘크로쓰’를 기반으로 단계적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제시하고, 직접 발행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LG CNS는 한국은행과 에이전틱AI 기반 디지털화폐 자동결제 시스템을 실증하고,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한 멀티레이어 결제 구조를 검증했다. 한국은행과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최적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강제 지분 분산이 책임 경영을 모호하게 하고, 민간의 혁신으로 성장한 산업을 사후적으로 통제하는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은 정부가 아닌 민간 스타트업이 자본과 위험을 감수하며 성장시킨 산업”이라며 “시장이 형성된 이후 사후 규제로 주식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방식은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신뢰보호의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도입 시 네이버는 두나무와 합병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공식화한 바 있는데, 거래소 지분을 제한하면 두나무가 특정 기업 자회사가 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분을 강제 매각했을 때 기업 가치 하락이 예견될뿐더러 경영권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위험 요소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결제 환경을 개선하고 게임 내 경제 생태계를 안정시키고자 했던 게임 업계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거래소와 관계가 약화되면서 게임 내 재화와 연동하려는 특성상 발행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 중심 구조에 편입되면 게임의 빠른 업데이트 주기와 맞지 않는 금융권 수준 규제를 매번 거쳐야 해 생태계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측면도 있다.

    은행과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공동 개발하며 협업 중인 SI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 CNS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춘 은행 발행형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자다. 다만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은행 지분이 ‘50%+1주’를 넘는 구조로 가면 주도권을 뺏기며 의사결정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입부터 정부와 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혁신 서비스 개발과 수요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 양상”이라며 “지분율 제한과 발행주체 규제가 강화되면 규제를 피해 해외법인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추진하는 등 우회 전략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