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과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 등 내용 공개에 매우 소극적이다.
언론을 비롯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다수의 여야의원들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현황 자료 등을 묻는 공문을 수십 차례 보냈지만 모두 ‘답변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비공개 이유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함" "검증 중"을 들거나 아무런 이유도 대지 못했다.
밀려오는 압박에 지난 7일 금감원은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연체율을 뒤늦게 공개했지만 금융사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익스포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여당에서도 "금감원에 자료를 요청하면 최소 1달은 기다려야 답변받을 수 있고 이마저도 온갖 핑계로 잘 주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금융사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금감원이 예산권을 쥐고 있지 않은 국회에 대한 콧대가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대로 된 비공개 이유를 설명을 하지 않는 금감원과 달리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사로부터 매달 부동산PF 관련 현황보고를 받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해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와 언론이 물어도 “갖고 있지만 줄 수 없다”는 뜻으로,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면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는 등 PF 시장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불필요한 충격을 걱정해서 자료 공개를 꺼리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불안심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위기설 루머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 PF 1조원대 결손 발생, 지급정지 예정,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금융사에 대한 허위사실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악성루머 유포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며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긴장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곪아 터진 문제를 계속 미루다 뒤늦게 밝혀질 경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 벌어질 수 있다. 나중에 금융사 지급불능이나 부실사태가 드러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바뀌지도 않는 무책임‧보신주의가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밀실에서 일부 당국자들만 개선방안을 마련할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금융사 건전성 현황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정책 전환에 대비하는 등 시장혼란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