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융안정보고서금융불안지수 5개월째 '위기'"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내"
  • 우리나라의 금융불안지수(FSI)가 5개월째 '위기'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스위스 크레디스위스(CS)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데다 국내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금융사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도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FSI는 5개월 연속 위기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처음 23.5로 위기 단계에 들어선 뒤 ▲11월 23.1 ▲12월 22.1 ▲1월 22.7 ▲2월 21.8을 각각 기록했다. 

    실물 및 금융 부문의 세부적인 20개 지표를 활용해 산출한 FSI 지수는 22가 넘어가면 위기로 분류된다. 

    한은은 "대내외 불안이 커지면서 FSI가 위기단계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경제 주체의 신용 위험 및 대외 부문에 대한 경계감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다만 SVB 파산에 따른 한국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봤다. 대신 금융 환경이 급변할 경우, 고금리 속 다중채무자와 부동산 경기 악화 속 잠재된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처럼 일부 기업 및 금융기관의 유동성 문제와 신용 불안이 금융시스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비금융 상장기업 2392개 중 건설업 7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3분기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는 취약기업 비중이 36.1%나 됐다. 건설 상장사 중 3곳 중 한 곳은 취약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9월말 기준 107.9%까지 치솟아 기업이 1년 뒤 부도가 날 확률은 0.613%까지 올랐다. 

    한은은 이들 기업의 상당 수가 부동산PF 채무 보증을 지고 있어 우발채무가 현실화 될 땐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부실기업이 높은 건설 및 관련 PF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대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조건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총 115조5000억원으로 대출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 24조3000억원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