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부터 3만원도 무너져… 최저가 찍기도“자사주 매입‧소각 당장 어려워… 성장 통한 가치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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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지주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지 1년 만에 마이너스 투자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호실적과 대규모 신사업 투자 계획 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 고위임원들이 작년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들인 자사주 1만8010주의 전날 종가기준 금액은 5억213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총금액 6억1321만원과 비교하면 15% 가량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 5월 현재는 물러난 송용덕 부회장을 포함해 이동우 부회장 등 롯데지주 임원 31명은은 자사주 약 6억원치를 매입한 바 있다. 인당 100주서 많게는 3000주까지, 3만3000~3만4000원 대서 매입했다. 특히 당시 이동우 부회장은 약 1억원을 들여 3000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매집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이후 2년여 만의 대규모 자사주 매집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2020년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지주 경영진들은 약 12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5만7407주를 사들인 바 있다. 코로나19 초기 확산으로 인한 주가하락을 방어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이뤄진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및 주가 부양은 물론 신사업 성공 자신감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상당수 마무리 짓고 본격 신사업 추진에 나섰다. 특히 2018년 이후 4년 만에 37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기존사업과 함께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플랫폼 등 4가지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즉, 추후 신사업으로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롯데지주 주가가 지속 하락하면서 경영진들은 1년 새 마이너스 15%의 손실을 내게됐다. 손실을 낸 것은 경영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지주 지분 5%를 넘게 사들인 국민연금도 손해를 안게 됐다. 국민연금은 작년 6월 17과 20일 단순투자 목적에 따라 롯데지주 지분 525만2229주, 5.01%를 매입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롯데지주 주식을 취득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의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었다. 

    작년 8월 4만1650원까지 오르며 1년 새 최고가를 찍었던 롯데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게 우하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당 3만 원을 횡보했던 롯데지주 주가는 3월 중순부터 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27일에는 주당 2만7600원까지 떨어지며 1년 중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반등하고 코스닥이 30% 넘게 급등한 것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올해 1분기 주식평가액도 7119억원에서 6650억원으로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작년 하반기 불거졌던 롯데건설발(發) 유동성 위기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롯데지주는 최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과 ‘미래 핵심사업 육성을 위한 공동 협약’을 맺고 5년간 총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은행권이 자금줄을 조이는 상황에서 선제적 현금 확보에 나선 것.

    롯데는 올해 신사업 육성을 통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겠단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다국적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미국 시큐러스 바이오의약품 공장 인수를 완료하고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에는 해당 공장에 롯데의 간판을 다는 현판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동시에 롯데케미칼 등 화학 계열사는 양극박·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등 2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지난 3월 인수를 완료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를 통해 동박사업에도 진출 했다. 롯데케미칼은 계열사 간 협력관계를 구축해 다양한 시너지를 도출하고 배터리 소재 사업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롯데지주 주총에서 이동우 부회장은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발굴·육성하고 있으며 기존사업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사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 경영 성과 창출과 그룹 브랜드 이미지 향상 및 리스크 관리에 힘써 시장에서 롯데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주주이익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당장은 어렵지만 지배구조와 경영사항을 검토해 다양하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