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산성·의왕오전·성북장위 곳곳서 사업비증액 갈등 3.3㎡ 445만→667만원 증액요구…조합 "계약해지" 맞불 증액협의 미루자 의왕 오전다구역 사업비대여 일방중단 대치1지구, 입주 앞두고 극적 합의…228억원 증액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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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잇단 갈등을 빚으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건설이 원자재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조합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자 즉각 '시공사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반격에 나선 까닭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향후 갈등이 법정분쟁으로 비화할 경우 결국 대우건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 예정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조합간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사업장은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경기 의왕시 오전다구역 재개발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재개발 등 한두곳이 아니다.이중 산성구역 재개발은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로 맞서면서 업계이목이 쏠리고 있다.이 사업은 성남 수정구 수정로 342번길 15-10 일원 15만2797㎡에 3487가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2020년 대우건설이 GS건설·SK에코플랜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에 성공했다. 최근 철거작업을 마무리하고 착공을 앞뒀지만 시공단이 3.3㎡당 공사비를 445만원에서 667만원으로 49%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조합측은 시공단 요구대로 공사비를 인상할 경우 조합원 1인당 2억원에 가까운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건은 이달 26일 개최예정인 이사회가 될 전망이다. 이날 시공단 계약해지 안건이 통과되면 대의원회와 총회를 거쳐 계약이 최종 해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비가 너무 올라 조합이 생각하는 비용으로는 공사를 아예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익은 포기하고 적자만이라도 면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중인 상황으로 이사회 때에도 설명회를 열어 조합원들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를 교체하면 적어도 1년이상 사업이 늦춰질 수 있어 조합입장에서도 계약해지는 부담스러운 선택"이라며 "더욱이 최근 정비사업시장이 침체돼 새시공사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적당한 선에서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의왕시 오전다구역 재개발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대우건설과 조합간 갈등으로 사업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 사업은 오전동 일대 17만3544㎡에 아파트 2991가구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시내 최대규모 재개발이다. 5월 주민이주를 앞두고 있지만 대우건설과 조합의 강대강 대치로 향후 일정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대우건설은 올 1월부터 해당조합에 사업비대여를 중단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해달라는 요구에 조합이 이주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자 후속조치에 나선 것이다.대우건설은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조합과 공사비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사업은 장위동 25-55번지일대에 아파트 1637가구를 건설하는 것으로 2019년 수주당시 계약한 공사비는 3.3㎡당 426만6900원이었다.하지만 대우건설은 자재값과 인건비 인상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3.3㎡당 600만원이상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이 사업지는 원래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획득했지만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2018년 계약해지됐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대치1지구)'에서는 지난 18일 공사비 228억원 증액에 대한 조합원 찬성을 극적으로 이끌어내며 일단 급한불을 끈 사례다. 대우건설은 올초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공사비와 연체료, 금융비용 등을 반영한 도급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정비업계에서는 조합간 갈등이 장기화되면 결국 타격은 시공사 몫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미 적잖은 소송에 휘말려 있는 대우건설에 조합간 법정다툼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대우건설이 피고로 계류중인 소송사건은 224건, 소송가액은 1조1822억원 규모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일방적인 증액 요구와 이로 인한 갈등, 다툼이 반복되면 소위 '갑질건설사'로 인식될 수 있다"며 "요즘 같은 시장침체기에는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조합이 '울며 겨자먹기'로 시공사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지만 향후 시장이 회복되고 건설사간 수주전이 다시 치열해지면 '갑질이미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