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급격한 금리인상 부작용에도 '마이웨이'中, 유럽계 금융자본 이탈 여부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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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10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향후 금리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은행들이 연이어 위기를 맞는 등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에 이어 연중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금리가 미국보다 중국과 러시아에 더 큰 고통을 준다는 측면에서 추세 전환이 가까운 시일 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금리인상에 거침없는 미국, '철의 볼커' 영향? = 미국은 금리 인상 맷집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폴 볼커(1927~2019) 전 연준 의장이다. 197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쟁 후유증으로 만성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설상가상 1~2차 오일쇼크로 1980년대 초까지 장기침체를 겪었다. 물가인상과 경기침체가 겹친,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연준 의장에 임명한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급 FOMC를 열고 금리를 한 번에 무려 400bp(11.5%→15.5%)를 올렸다. 덕분에 시중 금리는 20% 위로 폭등했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오르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국민들은 대규모 퇴진 시위를 벌였고 카터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볼커는 테러 위협까지 시달렸다. 그럼에도 볼커는 기준금리를 최종 20%까지 더 올렸다.

    놀라운 점은 전임 카터 대통령도 후임 레이건 대통령도 연준 정책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고금리로 경제는 엉망진창이 됐지만 인플레이션은 확실히 잡혔다. 1980년 15%에서 1981년 9%대로, 1982년에는 4%대, 1983년에는 3%대까지 떨어졌다. 볼커는 긴축을 풀었고 미국 경제는 다시 살아났다. '인플레 파이터' 볼커 덕분에 후임자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유럽 자금 美 이동하면 中에 치명적" = 이런 역사적 경험 영향인지 연준은 금리를 올릴 때나 내릴 때나 거침없는 패턴을 보여준다. 2000년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상향이든 하향이든 45도 기울기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큰 위기가 없었던 2016~2019년 기간 정도에만 천천히 200bp 정도 금리가 올랐다. 나머지 기간은 거의 대부분 수직으로 내리 꽂히거나, 수직으로 치고 올라가는 패턴이다.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주저함이 없다.

    이번 금리 인상기에도 500bp를 올리는 데 1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몇 달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300bp를 올린 뒤 멈춘 상태다. 미국은 올리고 한국은 멈추면서 한미 금리격차는 역대 최고치인 175bp까지 벌어졌다. 다만, 더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팽배하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미국 은행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진 만큼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작년 2월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2018년부터 진행돼 온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을 간과할 수 없다"며 "고금리가 지속되면 미국 못지않게 중국 경제도 상당히 타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유럽계 금융자본의 부동산 투자로 재정을 버티고 있는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이 자금이 미국 쪽으로 흘러가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1년 헝다 사태 이후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져 있는 지방정부가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 게다가 세계 최대의 석유수입국인 중국의 경우 고유가가 지속되면 무역수지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해 왔다는 측면에서 미국 연준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시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다만 미국 월가는 대대로 유대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중국이 고금리에 취약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