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당기순익 5716억, 새마을금고 4668억배당 4%대… 1~2%p 올라유동성 비율 100% 미만 절반부동산PF 직격탄… 투자손익도 악화
  • ▲ 신협중앙회(좌측)와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각사
    ▲ 신협중앙회(좌측)와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각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파산 수순을 밟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 등 국내 상호금융권의 예·적금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수신금리를 인하해 자금이 빠져나간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과는 달리 상호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자 '예테크(예금+재테크)족'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커지며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던 것이다. 상호금융 특성상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역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수신자금이 늘어난 만큼 유동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며 '뱅크런'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고금리에 돈 몰리는 상호금융=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협의 올해 3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36조4000억원으로 전월(135조 7000억원)과 비교해 7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1월 말(133조)과 비교하면 두달새 3조4000억 원이 늘었다.

    반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3월말 기준 842조4292억원으로 2월말 853조226억원에서 한달새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지난 3월은 미국의 SVB가 대규모 뱅크런으로 파산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위기감이 고조된 시점이다. 국내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예·적금 가입을 피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돈이 몰린 것이다. 비결은 국내 기준금리가 두 번 연속 동결되면서 연 5% 안팎의 고금리 수신 상품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해 예테크족의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협의 예금 금리는 3월 기준 평균 4.43%로 저축은행(3.62%)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새마을금고 역시 4.54%로 저축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상호금융권에 돈이 몰리자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신협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5154억원) 대비 10.9% 늘어난 5716억원, 새마을금고가 전년(4356억원) 대비 7.2% 증가한 4668억원을 거뒀다. 이는 3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해 신협은 54.4%, 새마을금고는 102.5% 각각 늘었다.

    이를 토대로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조합원들에게 배당 잔치를 벌였다.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배당금으로 전년 대비 약 2041억원 증가한 총 5956억원을 지급했는데 배당률은 4.92%에 달한다. 일부 우수한 영업점은 6~7%대의 배당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 역시 지난해 실적 기준 배당률은 4% 초반대로 결정됐다. 전년(2.9%)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최근 3년간 ▲2020년 2.8% ▲2021년 2.7% ▲2022년 2.9% 등과 비교해봐도 크게 올랐다.

    상호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예대율 규제 유예를 해제하면서 빠른 기간에 수신잔액 확보에 성공했다"면서 "배당률이 높은 출자금통장 역시 투자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연합뉴스
    ▲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연합뉴스
    ◆유동성 위기에도 배당잔치= 문제는 일부 조합들에 대한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당은 보유자산을 현금 등으로 나눠 주는 것이라 유동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최근 금융당국이 배당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일부 점포는 한 해 순이익보다도 많은 돈으로 배당 잔치를 벌여 논란이 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기 시 단기간 내 부채를 갚을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 주는 유동성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개별 신협 860곳 중 지난해 말 기준 55%인 470곳이 기준치(100%)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 역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비율이 100% 미만 70% 이상인 곳은 422곳, 70% 미만은 199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1294곳 중 절반에 가까운 621곳이 '안전'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2월말 기준 새마을금고 유동성 비율은 평균 112.8%로, 유동성은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와 중앙회의 입장이지만 일부 개별 금고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게다가 최근 금융권에서는 건설경기가 좀처럼 되살아 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상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융통하는데 상호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비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기준 2.24%로 집계됐다.

    이중 새마을금고·신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권이 3.3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저축은행(2.83%),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1.01%), 보험사(0.15%) 순이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고금리에 이어진 고물가 장기화로 경기 악화가 겹쳐 기업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며 "브릿지론과 본 PF의 만기가 올 상반기에 몰려있는데 사업성이 없는 곳은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어려움 겪고 있는 보험사업=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은 개별법에 따라 각 업권 중앙회가 예금자를 보호한다. 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를 보호하는 은행들에 비해 예금 안정성이 다소 떨어진다. 중앙회가 유사시 지역 조합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회는 상당액의 자산을 단기 금융자산이나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운용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보험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새마을금고의 MG손해보험과 신협공제가 대표적이다. 

    이중 MG손보는 매각을 앞두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G손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68억5872만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인 2021년 손실(532억9132만원)보다 6.3%(35억6740만) 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익도 2021년 626억2133만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616억6608만원 손실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자본은 1172억원에서 6억2953만원으로 급감했고 부채는 4조2556억원에서 4조4301억원으로 1745억원 늘었다.

    신협에서 보험사업을 담당하는 신협공제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4%(8억8600만원) 감소한 129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신협공제의 수익성 악화 원인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하락과 채권 가치 하락 때문이다. 지난해 신협공제의 유가증권평가 및 처분손실액은 전년(52억2800만원) 대비 무려 994.5% 급증한 572억23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신협 관계자는 "신협공제사업은 1972년 조합원 보호의 기치 아래 51년 동안 지속해왔다"면서 "지난해는 높은 물가 상승과 대내외 불확실성에 의한 금융시장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산성장 및 지급여력비율 개선을 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