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라인업 디젤 제외, 하이브리드·LPG 대체상용차 전동화·수소 모델 개발 및 출시 이어져정부정책·환경규제 대응에 부합하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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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출시하는 신차 파워트레인에 디젤엔진을 제외하면서 사실상 생산중단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출시한 부분변경 쏘나타의 파워트레인에는 디젤이 빠졌다. 신형 그랜저도 디젤의 자리를 LPG가 대체했다.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현대차 신형 싼타페와 기아의 부분변경 카니발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 구성한 엔진 라인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디젤엔진 퇴출은 세단과 소형차뿐만 아니라 SUV와 RV에도 적용되고 있다. SUV와 RV 차량 특성상 토크와 연비가 좋은 디젤 모델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해당 수요가 하이브리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디젤 판매 비중은 2018년 90%에 달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늘어나면서 2020년 50%대까지 하락하고 지난해에는 10%대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 판매량 중 디젤 비율도 싼타페는 15.7%, 쏘렌토는 13%로 지속해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출고 대기기간도 싼타페 디젤은 2개월인데 반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6개월에 이른다.

    가솔린과 디젤을 모두 갖춘 현대차·기아 모델 중 유일하게 디젤 비중이 앞서는 모델은 카니발이다. 올해 1분기 판매량 2만1419대 중 경유 판매량은 1만1775대로 55%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카니발도 부분변경을 통해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면 싼타페와 쏘렌토처럼 하이브리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상용차 선두주자인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는 정부 정책에 따라 디젤엔진 생산을 내년부터 중단한다. 1톤 상용차 수요는 빠르게 전기차로 이동하면서 1월부터 4월까지 포터 EV는 1만94대, 봉고 EV는 7842대 판매돼 단일 모델 전기차 판매량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등록된 1톤 화물차 230여만대 중 디젤이 217만대로 전체 95%를 차지하는 만큼,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LPG모델도 21년만에 부활시키는 상황이다.

    대형 상용차에도 디젤은 퇴출 수순을 밟으면서 충전과 주행거리에 이점이 있는 수소차로 대체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와 2020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에 이어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를 출시하며 수소를 활용한 대형 상용차 전 라인업을 구축했다. 정부에서도 탄소중립 로드맵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보급을 3만대로 늘리기로 한 만큼 상용차에서도 디젤엔진 퇴출은 가속화될 방침이다.

    한편, 경유차 수요감소는 중고차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주면서 디젤 생산중단을 부채질하고 있다. 3월 디젤모델 기준 카니발 시세는 전년 대비 19.7% 하락했고, 쏘렌토와 팰리세이드도 각각 15.2%·13.9% 떨어졌다. 이에 일시적으로 중고차 판매량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차에서 디젤엔진이 제외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모델 수요감소와 가격 하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과 인도 등에서 강력한 환경규제로 디젤엔진이 설자리를 잃으면서 현대차그룹의 해외판매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럽은 2025년 하반기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의 절반 수준인 유로7 시행을 앞두고 있고, 인도는 BS-6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디젤 차량 판매 시 가솔린보다 2배 높은 환경부담금을 내야한다. 이에 현대차그룹 라인업도 전기차 위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디젤 퇴출 기조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주요 10개국에서 전기차 점유율 10%를 달성하면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환경부담금에 맞춰 차량 가격을 4월부로 인상하는 한편, 베르나 디젤 등 모델을 단종시킬 예정이다. 향후 10년간 인도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2028년까지 전기차 6종을 현지에서 출시할 계획도 밝혔다.

    디젤엔진 퇴출의 실리와 명분을 모두 갖춘 현대차그룹은 디젤 생산중단에 이르는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와 전동화 차량 등 대체재로 인해 디젤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줄어들면서 판매량과 생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전환에 우위를 가진 만큼 디젤엔진을 배제하는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