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DLB 시장 회복 맞춰 글로벌IB 전략지수 QIS DLB 국내 첫선 NH證, 노무라·모건스탠리·시티증권 등 협업해 리테일시장 '노크'글로벌IB 협업 요청 잇따라…"침체된 상품 시장 활성화 기대"
  • 올 들어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발행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글로벌IB의 전략지수를 연계해 연 8%대 수익률을 목표로 한 QIS(quant investment strategy) DLB 상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그간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던 글로벌IB 인덱스 상품을 리테일 기반으로 판매함으로써 시장 확대를 선도한다는 포부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LB 발행금액은 4조1000억원(3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168.5% 증가했다. 

    DLB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우량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원자재·통화·금리·신용 등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원금지급형 상품으로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지난 2021년 4분기 3조~4조대원 수준이던 DLB시장은 지난해 들어 급격히 위축되면서 매분기 1조원대 수준으로 줄었지만 올 들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DLB 시장에서 눈에 띄는 건 전략지수 연계 상품의 등장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부터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SG증권과 협업한 QIS DLB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회사는 오는 25일 시티증권 전략지수를 추종하는 '시티 QIS 연계 DLB'를 출시할 예정이다.

    QIS DLB는 기존 원자재·통화·금리·신용 등을 연결해 투자되던 DLB 상품 기초자산 틀을 바꿔 글로벌IB의 퀀트전략으로 운용되는 지수에 연동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선 NH투자증권이 올해 처음으로 내놨다. 

    지난 2021년 DLB 시장은 다양한 기초자산과 연결된 상품들이 출시됐지만 고물가와 급변하는 통화정책 기조 영향으로 주식·채권·원자재 대부분 자산이 급락한 지난해엔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증권업계가 유동성 확보 과제에 직면한 지난해 DLB시장은 사실상 단기자금 융통을 위한 시장으로 활용됐던 게 사실이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새로운 자산 배분 전략의 필요성에 집중했다. 지난해 퀀트 및 멀티 전략들을 취한 미국 주요 헤지펀드 ETF가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착안해 절대수익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대안으로 글로벌IB와 협업한 QIS DLB 상품을 기획했다.

    글로벌IB의 인하우스 인덱스로 퀀트를 기반으로 한 여러 전략이 가능하며, 다양한 자산에 대한 다양한 전략을 고객 니즈에 맞춤형 설계된 패키지 형태로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퀀트를 기반으로 사전에 정해진 룰과 비용대로 투명하게 운용됨에 따라 투자자로선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퀀트 전략으로 한 인덱스에 투자하는 상품 설계를 통해 QIS 상품은 7~8%대 목표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수준의 3~4%대 수익률을 목표로 한 기존 DLB 상품의 2배에 달한다. 기관의 경우 고객 니즈에 맞게 만기 수익률에 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 

    과거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던 글로벌 IB들의 인덱스 추종 기반 상품들을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확대한 점도 의미 있는 점이다. 

    이창휘 파생상품솔루션부장은 "특정 글로벌 IB나 운용사의 인덱스 추종하며 성과에 연동된 상품들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를 리테일에서 판매하는 것은 최초로, 증권사 상품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헤지펀드를 대체하는 투자 전략으로 해외에선 이미 기관투자자 및 리테일 고객의 대안 투자로 각광받고 있다. 

    이 부장은 "글로벌IB가 가진 수천개의 인덱스 중  여러 인덱스를 섞어 멀티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했더니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절대수익 성과가 나왔다"면서 "이미 아시아 선진 금융시장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연 수익률 8~10%가 가능한 QIS DLB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개념의 상품을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를 공략해 시장에 선보이는 만큼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파생상품솔루션부서 차원에서 지점세미나나 화상세미나를 통한 직원 상품설명회는 물론 전체 시장 상황을 근거로 상품의 개념을 설명하는 '와이(WHY) QIS' 자료를 제작·배포했다.

    이 부장은 "주도적으로 스터디하며 해외 소싱해 출시한 상품이기에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단일 상품에 대한 설명이 아닌 시장 상황과 투자 관점, 상품을 접목한 설명서는 흔치 않다"고 전했다.

    매달 글로벌IB들이 제공하는 영문 QIS 운용보고서를 번역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상품의 사후관리에도 공들이고 있다. 

    시장 반응도 괄목할 만하다. 노무라증권 QIS 상품은 185억원, SG QIS는 69억원, 모건스탠리 QIS는 31억원의 자금을 발행했다. 해당 성과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되고 있다. 전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콩의 한 언론매체에선 국내 리테일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이번 QIS DLB 상품에 주목했다. 

    NH투자증권은 새로운 상품군을 통해 시장 파이를 넓히는게 목표다. 타 글로벌IB로부터 협업 요청이 잇따르고 있고, 이와 연계한 QIS 라인업도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도 퀀트 인덱스 기반 DLB 상품 기획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장은 "협업한 글로벌IB 외에도 여러 IB로부터 당사와 협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무작정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것보다 4~5군데 글로벌IB QIS를 발행해 그 성과를 리테일 차원에서 보여주는 게 1차 목표"라면서 "당국의 제도 강화 등에 따라 침체된 시장에서 증권사들의 보폭을 넓힐 수 있는 대안으로서 전략지수 기반 DLB 상품이 자리매김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