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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정책방향 재수립 절실… "美 시장 잡고, 유럽 놓칠라"

中, 美 IRA 영향 유럽 투자 총력日, 원통형 4680 양산 착착… '차세대 기술' 선두"유럽선 중국에, 미국선 일본에… 두 시장 다 놓칠 수도"박철완 교수 "中 '전해전술' 맞불시 더 빠르게 몰락… 기초 기술 먼저 챙겨야"

입력 2023-05-25 10:00 | 수정 2023-05-25 11:28

▲ ⓒ연합뉴스

한국 배터리 산업이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미래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대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물량을 앞세운 중국과 높은 기술력을 보이고 있는 일본에 밀린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부가 향후 정책방향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원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는 최근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중국의 배터리 생산 능력이 지난해 기준 96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264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한국 기업의 유럽 생산 능력 예상치는 202.5GWh로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으로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만큼 유럽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반면, 유럽연합(EU)은 중국 기업 투자 유치에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EU는 역내 배터리 제조역량을 강화하고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에 중국 배터리 회사들은 빠르게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를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독일 베를린에 이어 헝가리 데브레첸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중국계 기업인 EVE에너지도 같은 지역에 원통형 배터리 생산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데브레첸은 독일 완성차 업체 BMW가 10억유로(1조33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는 도시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전기차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BMW는 이 두 중국회사에 차세대 중대형 원통형 개발을 의뢰한 상황이다. 특히 EVE에너지는 올해 3분기부터 원통형 4695 배터리(지름 46mm 높이 95mm)를 양산한다. 높이는 4680 배터리셀보다 15mm 높지만 같은 길이와 너비의 배터리팩을 사용할 수 있다. 오는 2025년 출시될 BMW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는 중국 BYD도 프랑스 당국과 공장 건설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지난해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2만대로 미국(약 80만대)보다 2배 이상 높다.

오는 2030년 EU가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EU산 배터리 공급 비중은 2022년 11%에서 2030년 1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미국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일본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의 독주체제가 공고하기 때문.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판매된 북미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의 점유율 중 파나소닉(48%)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18%)과 중국 CATL(14%)이 그 뒤를 이었다.

파나소닉은 북미 지역에 최소 2개의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1년 연간 생산능력(CAPA)을 20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북미 생산능력보다 5배 높다. 신규 공장에선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평가되는 4680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4680 배터리는 기존 테슬라 배터리(2170)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은 각각 5배, 6배 크고 주행거리는 16% 길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파나소닉은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 사이에 4680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지만, 양산 시기를 내년 4월~9월로 미뤘다. 현 테슬라의 시양산품보다 에너지 밀도 등 성능을 더 높이기 위함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여전히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과 기술 격차가 현저하다는 방증이다.

현재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완성차 업체의 실적이 중요하다. 전기차가 잘 팔려야 배터리 수요도 늘어서다.

과거 2000년대 소형전지 분야 1위를 달렸던 일본 산요가 2010년대 들어 무너진 것도 당시 전 세계 1위 IT 기업이자 최대 고객사였던 노키아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장래는 올 중순과 하반기에 나오는 GM의 신형 전기차들이 얼마나 약진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 SK온의 경우 포드 F150 차량의 실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유럽 시장보다 미국 시장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역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이차전지 국가 전략회의’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과 함께 최첨단 이차전지 기술개발에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다만 재무적 지원으로 대표되는 해당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등 경쟁국에 규모적으로 밀린다는 분석이다. 

중국 조사기관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의 리튬 배터리(2637억위안-한화 49조690억원)와 ESS(1637억위안-한화 30조4600억) 분야에서의 투자 규모는 총 79조5290억원에 달한다. CATL은 올 1분기 정부로부터 13억위안(한화 2419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박 교수는 “전해전술(돈의 바다)로 나오는 중국 배터리 산업과 똑같이 맞불을 놓으면, 더 빠르게 몰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원점으로 돌아가 기초 기술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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