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사태 이후 '의사 수 부족'으로 불똥PA 논란 재점화로 압박 수위 최고조 내달 의료현안협의서 안건 다룰 듯… 갑론을박 치열의료계 "정원 늘린다고 필수의료 문제 해결 불가"
  • ▲ 지난 2020년 8월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등을 반대하며 '전국 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뉴데일리DB
    ▲ 지난 2020년 8월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등을 반대하며 '전국 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뉴데일리DB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핵심과제로 꼽은 가운데 간호계가 일선 병원에 만연한 불법진료 문제를 꺼내들며 '의사 수 부족'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역시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야 취약지 의료공백 해결이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의료계는 논란의 핵이었던 간호법 사태에서 승전보를 울렸지만 지난 2020년 파업의 원인이었던 의대정원 확대까지 틀어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사의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며 수년째 반박하고 있지만 전방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5일 정부 및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달부터 본격적인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당초 전날 열린 9차 의료현안협의체(협의체)에서 논의할 주제로 점쳐졌지만 시범사업이 코 앞인 비대면진료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이에 따라 6월 1일 열릴 10차 협의체부터 의대 정원 확대 안건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정해진 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점진적으로 구체화된 안건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351명을 줄였고 2006년부터 3058명으로 17년째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에 2025년 대학입학 시즌에 줄어든 351명을 다시 증원하는 형태가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거론된다. 정원 50명 미만 군소 의대 중심 500명 이상 추가 확보 안건도 논의 선상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수치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나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달 들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다수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교육부가 매년 대학 입학 정원을 확정하기 전인 내년 4월까지 의대 정원 확대를 확정짓겠다"며 구체적 시기까지 언급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 2020년 9월 '코로나19 사태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관련 논의로 이어가기로 한 바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로 논의가 얼마나 내용이 진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간호계·노조·시민단체, '의사 수 부족' 집중포화 

    간호계는 간호법 거부권에 대한 반발로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간호사가 불법진료를 지시받아 수행했다는 신고 건수가 1만건을 훌쩍 넘었고 추후 고발 조치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령 간호사'로 불리는 PA(Physical Assistant·진료보조)를 포함해 일반 간호사까지 간호업무가 과부하 걸린 상황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의사 부족'의 논리로 귀결된다.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PA 간호사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의사 업무 모두를 간호사가 맡는 실정"이라며 "의사가 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만 이를 보다 못한 간호사가 업무에 나서며 위법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계는 불법 의료행위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의사의 공백을 메꿔야 하는 취약한 생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간호법 사태의 불씨는 의대정원 증원으로 옮겨붙였다.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권역별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소규모 국립의대 증원, 국방·보훈·소방 등 특수목적 의대 등을 신설하려면 의사 달래기용 '351명 정원 되돌리기'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 의료계, 의대정원 확대로 필수의료 '해결 불가능'

    의료계는 과거 파업의 원인이기도 했던 의대정원 확대 문제와 관련 정부가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날 정부와 진행된 협의체에서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의대정원 확대가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정원을 늘려도 13년 뒤 배출되는 구조라 필수, 응급의료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올 하반기 진행될 내년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기피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원을 아무리 늘려도 문제는 원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도 동일한 주장이 담긴 성명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을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이날 병의협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거나 외면하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면 미용의료 시장만 더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개선의 문제가 시급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수가 개편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면책조항 신설 ▲적극적인 필수의료 인프라 지원 정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