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원자재 쇼크에 수익률 저하에도 공사비 낮게 책정배곧서울대병원·부산항 북항 재개발·공공주택 등 줄줄이 유찰'대장동 방지법'도 원인…"과도한 제한으로 인프라 부족 야기"
  •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뉴데일리DB
    ▲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뉴데일리DB
    경기불황과 원자재 쇼크 불똥이 공공사업 부문으로 튀었다. 깐깐한 입찰 기준 탓에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 수익률까지 줄어들자 건설사 등 민간기업들이 참여할 메리트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발주하고 민간이 시공을 맡는 민간사업자 공모의 경우 참여를 원하는 건설사를 찾지 못해 유찰 및 재공모 절차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경기불황 등 대외적인 요인 외에 민간사업자 이익률을 10%로 제한한 속칭 '대장동 방지법'이 건설사들의 참여 동기를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주택이나 교통인프라 등을 짓는 공공사업이 건설사들의 참여 저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안양도시공사는 최근 총사업비 2조2400억원 규모의 '서안양 친환경 융합 스마트밸리 조성사업' 참여계획서를 접수했지만 한곳만 서류를 제출해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2021년 첫 공모 당시에는 4개 컨소시엄이 참가했는데 2년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입주사를 유치하지 못하면 민간기업이 담보 등을 제공해야 하는 높은 진입장벽이 참여율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 서남부권 대형 호재로 주목받은 '배곧서울대병원' 건립사업도 답보 상태다. 올해 착공해 2027년 개원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초 공사비 3781억원 규모의 배곧서울대병원 턴키(설계·시공 일괄) 방식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하지만 참가 신청을 한 건설사는 한곳도 없었다.

    업계에선 턱없이 낮은 공사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분을 고려하면 공사비가 3.3㎡당 1500만원은 돼야 하는데 서울대 측이 제시한 금액은 1000만원 안팎에 그치면서다.

    부산에서는 최근 부산항만공사가 6083억원 규모의 '부산항 북항 재개발 랜드마크 부지 개발사업' 제안서를 접수했지만 1개사만 응찰해 유찰 처리됐다.

    공사는 해양수산부 등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시장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여건이 좋지 않아 사업 재개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주택 사업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가 발주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11·12·24블록 민간 참여 공공분양주택 건립사업'의 경우 11블록에는 대우건설 컨소, 12블록에는 DL이앤씨 컨소만 사업신청 확약서를 제출했다. 24블록만 금호건설 컨소와 태영건설 컨소 2곳이 확약서를 제출해 경쟁입찰이 성립됐다.

    컨소 한곳만 응모한 11·12블록은 관련 법령에 따라 재공모 절차를 밟은 뒤 평가를 거쳐 7월 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최근 '의왕초평 A-4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2공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서류를 접수했지만 한곳도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애초 관심을 보였던 기업들도 605억원의 추정사업비로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공공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낮은 수익률이 꼽힌다. 민간 정비사업보다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는 데다 최근 인건비와 자재가격까지 오르면서 공공사업의 수익률이 더욱 줄어든 것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최근 발주된 공공사업들을 보면 자재가격과 인건비 인상 전 시점을 기준으로 공사비가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장 침체와 미분양 등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수익률 적은 공공사업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속칭 '대장동 방지법'으로 불리는 도시개발법 개정안도 건설사들의 참여율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사회적 논란이 됐던 경기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처럼 민간 개발이익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참여기업의 이윤율을 최대 10%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애초에 개발사업은 고위험·고수익을 전제로 이뤄지는데 수익률을 제한해버리면 누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나"라며 "과도한 제한은 공공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주택 및 인프라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