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5년부터 항공기에 SAF 최소 2% 이상 섞어야 SAF,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 가량 비싸 고정비 부담친환경 항공유 도입 기반 부족… 정부 지원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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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먹구름이 물러나고 활기를 되찾은 항공업계에 ‘탄소 다이어트’라는 과제가 주어졌다.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2025년부터 고가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항공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항공산업 탈탄소 실현을 위해 SAF 도입을 의무화하는 ‘리퓨얼EU(REFuelEU)’ 법안에 최종 합의했다.새 규정에 따라 오는 2025년부터 EU 27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한다. EU는 2025년 2%부터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 의무 비율을 단계적 확대할 방침이다.SAF는 폐식용유, 생활 폐기유, 동식물성 기름, 이퓨얼(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재생합성연료)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감축 가능하다.전 세계는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SAF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국 내 항공유 공급사들에 SAF를 최소 1% 혼합 공급하도록 법제화했으며 일본도 2030년부터 자국 공항에서 국제선에 급유하는 연료 10%를 SAF로 대체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각각 2020년과 2021년부터 SAF 의무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이 같은 친환경 항공유 전환에 국내 항공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SAF 사용을 의무화한 프랑스에 취항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파리 노선에 한해 SAF 1%를 혼합해 운항 중이며 두 항공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과 SAF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반면 사업 규모가 작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친환경 항공유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SAF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 초기 단계인데다가 가격이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가량 비싸 원가 부담이 높다는 이유에서다.대한항공이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 EU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SAF가 2% 혼합될 경우 연간 338만7152달러(한화 약 46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항공업계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정부 지원과 함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유사 중 SAF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항공사들이 친환경 항공유 전환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국내는 아직 관련 제도가 없고 바이오항공유 생산 역시 연구개발(R&D) 단계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생산·급유 인프라 구축 등 도입 기반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유럽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도 관련 제도를 만들고 있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항공산업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항공기는 연료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동력 시스템 안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동화 전환이 차량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