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사 차입금 1조 늘면서 이자 부담도 1년새 863억원 급증'113위' 신일 법정관리行…올 들어 종합건설업체 226곳 폐업수주 전년比 44% '뚝' 미분양은 적체…"보릿고개 지속 전망"
  • ▲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중견건설 21개사의 부채가 1년새 4조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저하로 외부 차입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경기까지 얼어붙어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을 통한 수익 다각화를 노릴 수 있는 대형사들은 상황이 낫지만, 중견건설사들은 혹독한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해피트리’로 알려진 시공능력평가 113위의 신일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하반기 ‘줄도산’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시공능력평가액 1조~3조원대 33개 건설사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발표한 21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차입 규모는 모두 13조원으로, 전년 11조원에 비해 1조7371억원(1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당 1년 만에 약 827억원의 차입금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은 24조원에서 26조원으로 5.10%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차입금의존도는 46.7%에서 51.0%로 4.34%p 악화했다.

    신세계건설(별도)의 경우 차입금이 지난해 1분기 1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457억원으로 97배 이상 뛰면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는 248%를 기록한 태영건설(연결)이 가장 높았으며 SGC이테크건설(연결, 67.8%)은 전년대비 66.0%p 증가하면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차입금을 포함한 부채 규모는 21개사 합산 46조원으로, 전년 41조원에 비해 4조6333억원(11.1%) 늘어났다. 1년새 평균 2200억원가량의 부채가 가중된 셈이다. 부채비율은 175%로, 전년동기 165%에 비해 9.58%p 높아졌다.

    SGC이테크건설(연결)의 부채 규모가 지난해 1분기 3682억원에서 올해 1분기 6958억원으로 88.9% 증가하면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633%를 기록한 HJ중공업(연결)이 가장 높았으며 두산건설(연결, 406%)은 전년대비 173%p 증가하면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차입금 및 부채가 늘어나면서 이자 부담도 가중됐다. 1분기 21개사의 이자비용은 모두 2488억원으로, 전년동기 1624억원에 비해 863억원(53.1%) 늘어났다. 평균 약 41억원의 이자가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채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제2, 제3의 신일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 신일이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통상 회사가 제출한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를 검토하고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주택 브랜드 '해피트리'로 알려진 신일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13위를 기록한 건설사지만, 공사비 증가와 미분양 적체 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신일의 영업이익은 전년 130억원에서 33억원으로 74.8% 급감했다. 원가 부담이 1872억원에서 2012억원으로 7.48% 가중되면서다. 원가율(89.5→94.2%)로 4.74%p 악화했고, 영업이익률(6.35→1.56%)은 4.79%p 줄어들었다.

    게다가 부채마저 같은 기간 216억원에서 328억원으로 51.2% 불어나고 유동비율(324→269%)도 54.9%p 저하되면서 재무구조도 흔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신일은 2011년 자동차부품회사 GNS(지엔에스케이텍)에 인수되면서 회생절차를 조기종결했다. 이후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주택사업을 진행했지만,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중견사들 사이에서는 신일의 법정관리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탄식이 나왔다. 주로 지방에서 주택사업을 벌이는 중견사들은 지금 같은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대량 발생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견건설 A사 고위 관계자는 "은행 추가 대출을 못 받아 자금줄이 꽉 막힌 상태"라며 "적지 않은 지방건설사들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견사들의 위기는 본격화했다. PF발 유동성 악화, 분양 참패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시평 100위 안팎의 기업들이 줄줄이 법정관리 신청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시평 202위인 우석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지난달 말 1차 부도처리 됐다. 올 들어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과 범현대가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 133위)와 대창기업(109위)이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올 들어 20일까지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는 모두 22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2건에 비해 84곳(59.1%) 더 늘어난, 최근 10년새 최고치다. 직전 10년(2013~2022년) 동기 폐업신고 업체 수는 평균 147곳으로, 올해는 이를 웃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가운데 미분양 등으로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서의 미청구공사 대금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릿고개'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건산연이 발표한 '6월 월간건설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4월 기준 국내 건설수주는 민간수주 위축으로 전년동월보다 44.0% 감소한 1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전년동기대비 증감률이 가장 높았다.

    공공수주가 전년동월에 비해 3.6%, 민간부문은 53.8% 줄었다. 금액 측면에서 보면 공공수주는 예년 수준보다 다소 높은 편이지만 민간부문은 과거 3년 평균치의 60~70% 수준에 불과해 예년도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민간 주택과 공장·창고 등에서 수주가 줄어들었다"며 "부동산경기 침체와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겹치면서 신규 사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3월 8650가구에서 4월 8716가구로 0.8% 늘어났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일반 미분양 역시 여전히 7만가구를 유지하면서 적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주택경기가 하강하고 있다 보니 공사할 수 있는 물량 등도 줄어들고 금리도 높아지면서 부동산 PF대출에 대한 부담도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미분양도 확대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버틸 여력이 좀 더 없는 중견업체들부터 위기가 현실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상 아파트 공사 등은 민간에서 발주가 많이 되는데 많이 줄고 있고 공공에서 발주하는 SOC 사업과 관련된 정부 예산도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다"며 "민간과 공공 모두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의 도산 우려는 중견사를 중심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주택가격의 전반적인 하락, 건설원가 상승으로 건설사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PF 사업에 대한 금융권의 소극적인 투자로 인한 자금조달 문제는 경기 회복 전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은 지방 중소형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석 대상인 중견건설 21개사는 △DL건설(별도) △금호건설(연결) △코오롱글로벌(연결) △태영건설(연결) △계룡건설산업(연결) △서희건설(연결) △두산에너빌리티(연결) △동부건설(연결) △두산건설(연결) △한신공영(연결) △삼성엔지니어링(연결) △KCC건설(별도) △동원개발(별도) △HL디앤아이한라(연결) △신세계건설(별도) △아이에스동서(연결) △효성중공업(연결) △SGC이테크건설(연결) △엘티삼보(연결) △HJ중공업(연결) △화성산업(별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