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1년 운영비 수조원… 수익 못내면 '애물단지'KT, 국내 개발사 유일 '매출 목표치' 제시 눈길LG, 신약 개발 등 투입… 리스크 커 '신중모드'전문가 "수익모델 없는 초거대 AI, 조직 전체 흔들릴 수도"
  • ▲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부사장이 21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서울동대문에서 열린 'AI 사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AI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부사장이 21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서울동대문에서 열린 'AI 사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AI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챗GPT에 맞선 ‘토종’ 초거대 인공지능(AI)이 올 여름부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는 초거대 AI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초거대 AI 개발사는 대표적으로 ▲포털(네이버·카카오) ▲통신(SK텔레콤·KT) ▲재계(LG) 총 5곳이다. 이중 초거대 AI 사업 매출 목표치를 밝힌 기업은 KT가 유일하다. 오는 8월 초거대 AI를 공개할 네이버조차도 매출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초거대 AI 시장이 개화기인 만큼 불확실성을 고려해 매출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모습이다.

    KT가 업계 최초로 공개한 초거대 AI 매출 목표치에서도 불확실성이 드러난다. KT는 지난 21일 초거대 AI 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매출 1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3500억원을 AICC(AI 콜센터) 사업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KT가 2년 전 제시한 AICC 사업의 2025년 매출 목표치 5000억원에서 1500억원 하락한 수치다. 초거대 AI를 AICC 사업에 적용하니 매출 목표치가 오히려 1500억원 하향 조정된 것이다. 

    업계에선 초거대 AI의 막대한 운영비가 KT의 AICC 매출 목표치 하향에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KT가 AICC 사업 매출 목표치를 5000억원으로 설정했을 때는 챗GPT가 나오기 1년 전이었다. 하지만 챗GPT가 지난해 11월 출시된 후 초거대 AI의 막대한 운영비가 세상에 알려졌다. KT가 AICC에 적용할 초거대 AI ‘믿음’은 챗GPT 보다 규모가 더 크다. 이에 따라 KT가 초거대 AI 믿음의 운영비를 고려해 AICC 사업 매출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재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에 따르면 챗GPT의 일일 운영비는 약 70만달러(한화 9억1600만원)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운영비는 3345억원으로 불어난다. 네이버는 하루 1500만명이 챗GPT를 이용 시 연간 수조원의 운영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 검색보다 비용이 100~200배 더 비싸기 때문이다.

    초거대 AI의 규모는 통상 파라미터(매개변수) 개수로 측정한다. KT가 8월 선보일 초거대 AI 믿음의 매개변수 개수는 2000억개로 챗GPT의 1750억개를 능가한다. 

    LG의 경우 매출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초거대 AI의 ‘리스크’를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LG는 초거대 AI 엑사원을 통해 항암 백신, 차세대 리튬황 배터리 개발 등 산업 난제 해결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엑사원이 개발한 백신이나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 시 책임소재를 두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LG는 현재 엑사원을 그룹 내부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매출 목표치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각각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KoGPT, 에이닷을 개발하고 있지만 모두 매출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초거대 AI는 ‘물먹는 하마’와 비슷하다”며 “규모의 경제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비용은) 줄어들고 가치는 높아지는 개념인데 초거대 AI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더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사업(모델)이 아직 잘 안 보인다”며 “핵심 사업(모델) 없이 초거대 AI를 출시할 경우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