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LG, 파라미터 "수천억개"규모 커질수록 정교함·성능 높아져의료, 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 공략 가능카카오·SKT, '수백억개' 수준 그쳐 정교한 산업 공략 아쉬워
  • ▲ LG 초거대 AI 엑사원ⓒLG
    ▲ LG 초거대 AI 엑사원ⓒLG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초거대’ 인공지능(AI)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와 LG는 ‘규모’에 승부수를 거는 반면 카카오와 SK텔레콤은 ‘가성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LG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오픈AI의 챗GPT(ChatGPT)보다 더 큰 규모의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다. 초거대 AI는 통상적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성능이 향상되는데, 네이버와 LG는 대규모·고성능을 앞세워 의료·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와 SK텔레콤이 개발 중인 초거대 AI는 챗GPT 규모의 6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엑스레이 분석·통화내용 요약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쓰임새가 한정되고 있다. 

    인간의 뇌에 시냅스가 존재하듯 AI에는 파라미터(매개변수)가 존재한다.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초거대 AI는 더 똑똑해지고 정교해진다. 네이버와 LG의 초거대 AI 파라미터 개수는 각각 2040억·3000억개로, GPT-3.5의 1750억개를 능가한다. 

    ‘똑똑한’ 초거대 AI를 이용해 LG는 인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LG는 자사의 초거대 AI ‘엑사원’로 항암 백신 개발, 차세대 배터리 물질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한다. 이번 여름에 출시될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는 ▲금융 ▲의료 ▲교육 ▲게임 ▲커머스 등 다방면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초거대 AI ‘에이닷’의 경우 파라미터 개수가 현재 180개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 내 390억개로 확장될 전망이다. 규모가 작은 대신 전력 소비가 적어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지능과 정교함이 부족한 관계로 SK텔레콤의 초거대 AI 기술은 인간이 아닌 동물을 치료하는데 먼저 쓰이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솔루션 엑스칼리버(X Caliber)를 개발,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의 엑스라인 사진 판독용으로 쓰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통화내용 브리핑, 업무 추천, 대신 받기 등 단순 업무가 가능한 ‘AI전화’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당초 올 상반기 공개 예정이었던 초거대 AI ‘코GPT 2.0’를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전 버전인 코GPT 1.0의 파라미터 개수는 300억개 수준이다. 카카오는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엑스레이 사진 판독 등의 서비스를 고려 중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AI의 규모가 커질수록 리스크도 커진다”며 “예컨대 초거대 AI가 개발한 신약을 먹고 문제가 생기거나 엑스레이 오진을 하면 AI 개발사가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챗GPT에 쫓기지 말고 신중하게 서비스를 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