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직 '사업부'로 격상초거대 AI 크기 유지... KT 5분의 1 규모 불과업계 "이기는 전략 대신 '지지 않는' 전략"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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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조직을 확대 개편했지만, 정작 사업의 핵심인 '초거대 AI'는 후순위로 둔 것으로 확인됐다.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유영상 대표는 지난 5일 타운홀 미팅에서 AI조직을 '사업부'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SK텔레콤은 기존 AI조직 'A.(에이닷) 추진단'을 'AI서비스 사업부'와 '글로벌·AI 테크 사업부'로 확대 개편했다.조직은 커졌지만 정작 초거대 AI의 규모는 커지지 않을 예정이다. 초거대 AI는 통상적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성능이 향상된다. SK텔레콤의 초거대 AI ‘에이닷’의 규모는 경쟁사 KT의 초거대 AI ‘믿음’ 대비 5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하지만 SK텔레콤은 올해 에이닷의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 없다는 방침이다.SK텔레콤 관계자는 "파라미터 개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며 "에이닷의 경우 현재 파라미터 개수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초거대 AI의 규모는 통상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SK텔레콤 에이닷의 파라미터 개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390억개로, 챗GPT(ChatGPT)의 22% 수준이다. 유 대표는 올해 신년사와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컴퍼니로의 도약과 전환”을 약속하고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서비스와 기술 역량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이 에이닷의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글로벌 수준에 이를 수 없다.이는 초거대 AI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경쟁사들과도 대조되는 행보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은 파라미터가 3000억개다. KT의 믿음은 2000억개, 네이버가 이번 여름 선보일 하이퍼클로바X는 2040억개다.LG·KT·네이버가 초거대 AI의 규모에 집중하는 이유는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B2B(기업상대) 산업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6500배 많은 한국어를 학습했다. 네이버는 언어장벽을 활용해 의료·금융 산업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의 엑사원의 경우 신약과 신소재 개발에 투입되고 있다.반면 SK텔레콤은 에이닷을 활용해 하반기에 ▲통화내용 브리핑 ▲업무 추천 ▲대신 받기 등의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챗GPT와 경쟁하기보단 딱 종속되지 않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며 “AI 인재는 일반 직원과 몸값이 달라 초거대 AI 규모를 키울려면 사운을 걸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