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정매매 등 수법으로 상장사 시세조종, 부당이득 7천305억원라덕연 측, "무등록 투자일임법 인정, 시세조종 의사는 없었다"
  • ▲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29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라덕연 호안투자자문사 대표 등 6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라 대표.ⓒ정상윤 기자
    ▲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29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라덕연 호안투자자문사 대표 등 6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라 대표.ⓒ정상윤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유발하고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라덕연 호안투자자문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불법 투자일임업은 인정하지만, 시세조종 의사가 없었고 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라 대표와 변모 전 호안에프지 대표, 전직 프로골퍼 안모 씨, 박모 전 호안에프지 이사, 장모 전 호안에프지 정산팀장, 조모 전 호안에프지 경제미디어 대표 등 6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라 대표 등은 2019년 5월부터 올해 4월경까지 매매팀·정산팀·영업팀 등 이른바 '라 조직'을 결성해 투자자들에게 유치한 투자금으로 통정매매·고가매수·허수매수 등 수법을 이용, 상장사 8개 종목을 시세조종해 7천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 26일 구속기소됐다. 이들이 운영한 투자자문사는 금융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였다. 

    이들은 투자자 명의 휴대폰과 계좌를 통해 차액결제거래(CFD) 방식으로 ▲다우데이타 ▲서울도시가스 ▲대성홀딩스 ▲선광 ▲다올투자증권 ▲삼천리 ▲세방 ▲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CFD는 기초자산의 보유 없이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또 이들 일당은 수수료 명목으로 취득한 추가 범죄수익 1천944억 이상의 금원을 차명계좌와 라 조직이 관리 중인 다른 법인 매출수익으로 가장해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도 있다.

    추가로 기소된 공범 박 씨는 호안에프지 매매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라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주식 거래 업무 등 매매팀 업무를 총괄했고, 장 씨는 투자수익 및 정산관리, 법인재무업무 등을 총괄했다. 조 씨는 법인 영업이사로서 투자자 모집 및 투자유치 관리를 주도적으로 담당했다. 

    라 대표 측은 이날 "피고인은 저평가 돼 있는 주식들을 선정해 가치투자를 한 것"이라며 "오해받을 주식 매수 지시를 한 적은 있으나, 시세조종 의사가 없었고 한 적 없다. 펀드를 조성하는 증권사들의 거래 형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등록 투자일임업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범죄수익은닉에 대해서는 2022년 1월 관련 법이 일부 개정됐다. 개정 이후 범죄수익만 (은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씨와 안 씨 측은 "시세조종에 관여한 바도 없고 공모한 것도 없다. 무등록 투자일임 부분은 라 전 대표 측과 같이 인정하고, 이로 인한 범죄수익 부분은 개정 이후 부분만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폭락이 아니라 시세조종을 통해 7천300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내용으로 기소가 된 것이다"라며 "'폭락' 부분에 대해 재판을 받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라 대표 일당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7월 13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됐다. 검찰은 다음 기일에 한 시간 가량 프레젠테이션(PT)으로 사건의 전반적인 구조를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