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V 공정, HBM 경쟁력 판가름… 패키징 기술 경쟁 시작SK하이닉스, TSV 라인 증설 급선무… 이천-청주 팹 두고 고민삼성전자, 천안 후공정 라인 추가 투자… 이재용 직접 현장 점검도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D램 시장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후공정 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삼성은 천안캠퍼스에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 생산공장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수요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HBM 분야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패키징 라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HBM은 기존 반도체와 달리 여러 칩을 붙여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각광받는 기술이 'TSV(Through Silicon Via)'라는 패키징인데 HBM 생산능력(CAPA)를 늘리려면 이 TSV 생산능력도 함께 커져야 한다. TSV 생산능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곧 HBM의 생산성을 의미할 정도다.

    현재 HBM3를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자 HBM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가 패키징 라인 증설로 한창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을 경기도 이천에 있는 팹(Fab)에서 대부분 하고 있고 HBM 생산 또한 이천에서 맡는데, 현재 이천엔 TSV 라인을 증설할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유휴공간이 있는 SK하이닉스 청주 M15 팹 일부에 TSV 라인을 증설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낸드플래시를 주로 생산하는 청주에는 M15 같은 최신 팹이 있지만 아직 활용하지 않는 공간이 있고 당분간은 낸드시장에 공급이 넘치고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추가적인 낸드 라인 증설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천에서 생산한 칩을 청주로 옮겨가 패키징 하는 작업 자체의 비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TSV 신설 계획과 관련해 "여러 방향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SK하이닉스 대비 HBM 시장에 공을 덜 들였던 삼성전자는 올해 연내 신제품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채비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점유율이 40%로 SK하이닉스에 이은 시장 2위다. HBM보단 EUV 공정 등에 투자를 집중해왔지만 최근 AI 서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키우는 방향으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충청남도 천안캠퍼스를 패키징 전용 라인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HBM 양산에 필요한 2.5D 패키징 라인 증설을 추진하며 장비 발주까지 진행한 상태다. 천안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을 주로 담당하는 곳으로 기존에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라인이었던 부분을 패키징 라인으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머지 패키징 라인은 온양캠퍼스에 두고 있다.

    TSV 패키징 기술에 대해선 삼성도 이미 오래 전부터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TSV 기반 D램 모듈을 개발한 것도 삼성이었다. 지난 2019년에는 HBM2 제품에 12단 3D TSV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을 정도로 기술 개발을 지속 추진해왔다.

    패키징 분야가 차세대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조직도 신설했다. 삼성 DS부문은 지난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에 태스크포스(TF)로 운영했던 '어드밴스드 패키지 TF'를 팀으로 승격해 본격적으로 패키징 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반도체 사업에서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천안과 온양 캠퍼스에 직접 방문했다. 지난 2월 방문한 이 회장은 HBM과 WLP(Wafer Level Package)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미래기술 투자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