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5년 지났지만 변화 의문"계도기간 동안 일회용품 사용 그대로""방문객 인식 전환 우선돼야" 자영업자 어려움 호소
  •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으면 최소 두 세개, 많으면 대여섯 개 정도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나옵니다. 주문하지 않은 반찬이나 서비스 음식까지 일회용품에 담겨와 분리수거에 애를 먹을 정도입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

    2018년 정부가 커피전문점 등의 일회용컵 사용 제한을 시작으로 유통업계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5년이 지난 시점에도 일회용품 사용은 여전히 과도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다수 커피전문점에서는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여전히 사용 중이다.

    지난달 22일 방문한 경기도 가평 소재 A커피전문점에서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은 도심과 거리가 멀어 대다수 방문객이 매장 내에서 취식한다.

    남양주시 소재 다수 커피전문점도 상황은 같았다. 유리컵에 음료를 제공한다 해도,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수원 소재 프랜차이즈 B키즈카페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제공했다. 키즈카페는 어린이들의 놀이를 전제로 하는 장소로, 테이크아웃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달음식의 경우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많았다. 유명 프랜차이즈 C도시락에서 배달주문할 경우 큰 플라스틱에 6종 플라스틱 용기가 딸려 배달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 규제 범위를 늘려 커피전문점 등의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앞서 일회용 컵(합성수지, 금속박 등), 일회용 접시와 용기(종이, 합성수지, 금속박 등), 일회용 나무젓가락, 이쑤시개(전분으로 제조한 것은 제외), 일회용 합성수지 수저와 포크, 나이프, 일회용 비닐식탁보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데 이어 사용 제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다수 커피전문점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 중인 것이다. 이는 환경부가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정책 실효성을 고려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데 따른 현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자영업자들간 일회용품 사용 범위와 규제에 대한 문답이 다수 오가고 있다. 계도기간임을 고려해, 과태료가 부과되는 11월 이전까지는 종이컵 등의 사용을 유지해도 된다는 의견도 다수다.

    배달앱의 경우 규제 자체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음식을 제공·판매·배달하는 경우 고객이 일회용품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현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현재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여부를 체크하게 돼있지만 수저 등 식기류의 제공 여부가 갈릴 뿐이다.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수 자영업자들은 재활용 시스템 강화, 친환경 그릇 제조ㆍ판매 확대 등 선대책이 마련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북구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이모 씨는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 중 열에 아홉은 테이크아웃 의지를 밝히고 매장 내에서 취식한다"며 "자영업자들에게만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강요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일회용품 사용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일회용 컵 공급량은 19만1532t으로 전년 대비 21.9% 증가했다. 위생용품 전체 생산·수입 규모는 2021년 2조3976억원에서 지난해 2조7362억원으로 3386억원(14.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