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년만에 석유공사·농협 공동입찰→ 개별입찰가격경쟁력에 밀린 일반주유소 피해… '폐업 가속화'정유사, 수급 확보 외 수익성은 '글쎄'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12년 만에 입찰제도를 변경한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을 둔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소비자들의 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 정작 체감으로 와닿지 않았던 것은 물론 가격 경쟁력에 밀린 일반주유소들의 폐업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번 입찰제도 변경이 그간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주유 시장에 새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알뜰주유소 유류 제품을 공급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동구매 입찰공고를 냈다. 석유공사는 그간 농협경제지주와 함께 입찰해왔는데 파트너사를 도로공사로 바꿔 진행한다. 농협은 별도로 공급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자 선정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게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추진된다. 입찰 가격은 기준가격에 수송비를 포함한 기준을 더해 정해지며, 싱가포르 현물시장(MOPS) 제품가격 연동의 월평균 세후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잡았다.

    올해 역시 국내 정유사 4곳(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OIL)이 입찰 지명대상에 올라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처럼 개별입찰 방식으로 유류 공급선에는 일부 변화가 일었지만 알뜰주유소 정책이 가져왔던 부작용의 개선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우선 소비자들의 유가 부담 완화를 높여줄지가 관건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알뜰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 당 1783.63원이다. 이는 일반주유소의 평균 가격(1816.75원)보다 약 33.12원 싸다. 지난 2013년부터 알뜰주유소 가격은 2018년(29.91원)을 제외하고 일반 주유소보다 30원 이상 저렴했다.

    평균적으로 유가를 낮추는 데는 기여했지만 당초 정책 대비 실효성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도입 초기 리터 당 '100원 싼 주유소'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되레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일반주유소보다 높게 책정되는 곳도 속출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주유소로 전가되기도 했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주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처음에는 정유사들의 경쟁을 통해 기름값을 낮추자는 취지였지만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현실은 정유사들의 경쟁 보다 주유소(자영업자) 간 경쟁만 남았다"며 "일반주유소는 공급 받는 가격이 다르다보니 알뜰주유소를 따라갈 수가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결국 가격 경쟁력에 밀린 일반주유소들의 폐업이 가속화됐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988개로, 전년대비 198개 감소했다.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2012년(1만2803개) 이후 1800여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52곳이 추가로 문을 닫았다.

    정유사들에게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되면 내수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는 있지만 수익성이 큰 사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2년간 묶이는 알뜰주유소 물량을 수출로 돌리는 것이 더 낫다는 뒷말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정유사의 수급 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비슷한 유류를 취급하는 곳끼리 묶어 입찰을 진행한다는 점에서다. 석유·도로공사는 주로 수송용인 휘발유·경유 등을, NH농협은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난방용 등유 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이번 입찰방식 개편으로 정유사가 공급해야 할 유류가 전보다 단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제도 도입 이후 첫 개편인만큼 우선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당장 제도를 대폭 손 보진 못하더라도 조금씩 개선안을 찾아나가야 하는 상황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