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고출력-안전성'… 테슬라 채택 후 판도 변화日 파나소닉, 美 투자 확대 통한 영토확장 정조준각형 중심 中 업계도 잇따라 투자… '상용화' 속도LG엔솔, 삼성SDI 美 완성차 업계와 생산 확대 맞손
  • ▲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제품 이미지.ⓒ삼성SDI
    ▲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제품 이미지.ⓒ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화두로 안정성과 효율성이 떠오르면서 그간 관심도에서 멀어졌던 원통형 배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속속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하는 등 힘을 실어주면서 배터리 업계도 생산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대형 원통형 배터리의 시장 수요는 23GWh(기가와트시)로 추산되며 2026년에는 238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 평균 11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2026년 전세계 대형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40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1대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 75kWh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5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간 원통형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 주도로 성장한 각형 배터리와 국내 업계의 파우치형 배터리에 밀려 주목을 덜 받았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배터리 유형별 점유율을 보면 각형이 65%로 압도적으로 1위를 보였으며 파우치형(20%), 원통형(14%)이 뒤를 잇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의 특징은 고용량과 고출력이다. 이는 원통형 배터리의 외관 구조가 양극과 음극, 분리막을 동그랗게 말아서 만드는 젤리롤의 형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내부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고 또한 내부 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어 고출력 성능에 유리하다.

    원통형 배터리의 양극재는 일반적으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NCM(니켈·코발트·망간)을 적용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니켈 함량이 60% 이상인 하이니켈 소재다. 니켈 함량이 높기 때문에 용량과 출력에 있어 장점이 있는 반면 안전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원통형 배터리는 둥근 외관 때문에 내부의 열을 고르게 방출할 수 있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장치들이 설치돼 있어서 발화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각형은 원통형 대비 큰 캔으로 인해 차량 무게가 무거워지고 파우치형은 안전성이 단점으로 지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각형, 파우치형이 상대적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적용이 어려운 것도 원통형을 찾는 배경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시장 판도를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다. 테슬라는 2017년 출시한 모델3에 원통형배터리를 탑재해 원가경쟁력을 높였고 설계 고도화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며 다른 완성차 업계와 비교해 경쟁력을 높였다.

    원통형배터리 도입은 생산성 제고는 물론 전기차 보급의 핵심인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테슬라는 현재 100달러/㎾h인 배터리 가격을 2025년까지 60달러/㎾h로 확 낮출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내려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도 원통형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붕이다. 파나소닉은 이를 통해 테슬라에 이어 스텔란티스, BMW 등으로도 판로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파나소닉이 NCA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것도 큰 이점이다. 당장 배터리 수급이 쉽지 않은 만큼 생산성이 높고 하이니켈 양극재 적용이 쉬운 배터리 수요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ATL, EVE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각형 배터리와 달리 대형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아직까지 뚜렷한 강자가 없는 만큼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 및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BYD가 최근 대형 원통형 배터리 시생산에 돌입하면서 다른 중국 기업들도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현지에 4조2000억원을 투자해 4680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또 국내의 경우 충북 오창공장, 중국은 난징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GM과 미국 합작공장을 짓기로 하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 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합작법인에는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30년에는 점유율 격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도 원통형 배터리는 2030년 2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반면 각형 배터리 비중은 43%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유형별 시장에서 원통형 점유율이 아직은 적지만 최근 글로벌 완성차들의 채택도 늘고 있어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