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박리인데 급성위염 오진… 2심서도 징역형 집행유예 응급의학의사회 "응급의료 사망선고… 수용거부 늘어날 것"'법적 책임' 해결이 최우선 과제… 논의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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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국회가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수용거부 금지, 중증환자 강제수용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진으로 인한 형사처벌이 이어지는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며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응급실과 관련 민·형사 소송이 남발되고 응급처치한 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을 바꾸지 못하면 모든 대책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등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4년 사건 당시 서울소재 대학병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차로 근무했던 A씨는 흉부 통증을 호소하는 B씨를 급성위염으로 진단했다. 이후 B씨는 대동맥박리가 발생해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뇌병변 장애를 입었다.

    재판부는 "A씨가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흉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흉부 CT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라며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제 흉통이 있는 응급실 환자는 무조건 흉부CT를 촬영해야 할 것이고 무조건 입원해야 할 것"이라며 "대동맥박리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서는 수용거부가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모든 흉통환자에 대한 CT촬영 지침을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이를 삭감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고발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방위적 응급체계 개편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번 판결이 나옴에 따라 응급실 의사들의 공분은 더 커지고 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단순한 전공의 1년차에 대한 잘잘못이 아닌 응급의료에 대한 사망선언"이라며 "응급실의 수용거부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떠돌다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사법당국에 있으며 과거 이대목동 소아과 사태와 같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응급의료현장 이탈이 더욱 늘어나고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향후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의 운영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응급실 수용거부금지 논의에서 최우선 과제인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해결 없이는 더 이상의 논의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논의체 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사법부의 처벌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내 의료사고는 일본의 200여배, 영국의 900여배에 이르는 기소율과 높은 유죄판결율을 보여 의사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과도한 형벌화 경향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전환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며 필수의료의 붕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있는 문제로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들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진료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3월 대구에서 17세 외상 환자가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장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자 의료계 내부에서 공분이 일어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