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재고자산 전년比 증가 추세 中 공급 과잉 속 글로벌 경기침체 겹쳐석유화학 시황 반등 시점 예측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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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업황 부진에 재고자산까지 불어나며 수익성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올 초 경기 회복을 전망해 생산량 확대에 나섰지만 제품들이 제 때 소진되지 못하며 재고만 쌓이고 있기 때문.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내 공급과잉까지 맞물리며 하반기 실적 반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기업의 상반기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증가 추세를 보였다.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재고자산은 2조7925억원으로 지난해(2조 5487억원) 대비 9.5% 늘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의 재고자산도 3조2446억원으로 지난해(3조 401억원)와 비교시 6% 가량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재고자산도 8405억원으로 반년만에 1.7% 소폭 올랐다.

    유일하게 재고자산이 줄어든 곳은 LG화학이었다. LG화학의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 재고자산은 2조2596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5779억원 보다 12.3% 감소했다. 전남 여수 NCC 제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량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상반기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공장 가동률은 76%로 지난해 81% 대비 5.4%p 줄었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보유한 자산으로 원재료, 제품 등 모두 재고자산에 속한다. 적정량의 재고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경영의 핵심이지만 재고자산이 급증하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이들 제품이 소진되지 않으면 현금 흐름이 불안정해지기 때문. 남은 재고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기업은 평가손실 충당금을 설정하는데, 이 충당금이 매출원가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재고 제품은 늦어도 6개월 안에 판매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우선 있는 재고는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향후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인 중국 내 공급 과잉이 여전한 것도 실적 악화에 한몫하고 있다. 앞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발 경기 침체 리스크에 부진한 실적을 이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쌓인 적자 규모는 총 9485억원에 이른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2분기에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도 전년 대비 각각 60%, 80%% 가까이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들어서 중국 리오프닝 수요 등으로 제품 마진이 개선돼 업황 회복 가시화를 기대했으나 경기 회복은 지연됐고 수요 회복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수요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석유화학 시황 반등 시점 예측은 다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이후에도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석유화학 업체들의 저율 가동을 통한 공급 축소 노력에도 공급 부담은 여전하다"며 "내년 업황 회복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판단하나 누적된 공급 과잉 등에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