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랙리스트 지정"CATL, 충전 네트워크 접근 막아야"美국방부 "민군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 안 통해"
  • ▲ 중국 CATLⓒ연합뉴스
    ▲ 중국 CATLⓒ연합뉴스
    중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을 미국 국방부가 '중국군 지원 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미국 충전 네트워크 및 전력망에 접속할 경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미국 국방부의 입장이다. 

    업계에선 미국이 과거 중국 화웨이를 5G 공급망에서 배제한 것처럼 CATL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있다. 

    8일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중국 군사 기업(Chinese military companies)' 명단에 CATL을 내년 6월부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명단에 포함되더라도 당장 수출 통제 등의 제재를 받지 않으나, 업계에선 사실상 '주홍글씨'로 통한다. 

    해당 명단에 올라가있는 기업으론 대표적으로 중국 화웨이가 있다. 미 국방부의 낙인이 찍힌 화웨이의 5G 장비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 퇴출된 바 있다. 이는 중국산 배터리 제재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지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를 "우리의 공급망을 지키고 중국의 민군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을 지원하는 기업을 축출한 중대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의 경제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Foundation for the Defense of Democracies)은 CATL이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에서 수집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CATL이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중국 정부가 "스파이" 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크랙 싱글턴 FDD 중국 선임연구원은 "CATL은 법적으로 중국 정부에서 요청 시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고객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싱글턴 선임 연구원은 특히 CATL의 배터리가 미국 에너지 인프라에 침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AI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저렴하고 성능까지 좋은 CATL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3년엔 미국 에너지전문 사모펀드 '퀀브룩 인프라 파트너스(Quinbrook Infrastructure Partners)'가 CATL과 약 2조원대 ESS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CATL의 ESS 판매량은 지난해 1~3분기 35.73GWh로, 전년 대비 무려 110% 급증했다. 

    미국의 중국 배터리 제재는 이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CATL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조짐이 보이자 ESS 수요가 K-배터리에 쏠리고 있다.
  •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CATL 블랙리스트 지정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자회사 버테크는 신재생에너지 전문 글로벌 사모펀드 '엑셀시오에너지캐피탈'과 7.5GWh, 약 2조원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엔 테라젠과 8GWh, 지난해 5월엔 한화큐셀과 4.8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엔 삼성SDI가 미국 넥스트라에너지로부터 1조원 규모의 ESS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10%대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대중 제재를 강화하는 트럼프 정권 동안 최대한 많은 수주를 따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