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M&A로 성장…HMM 인수 시 세계 3위로 점프국내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해외매각 반대 기조 강력인수 실패해도 경쟁사 재무·영업·법무 현황 파악 ‘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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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인수전에 참여한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자금동원력에서 LX, 동원, 하림을 크게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가 수차례 HMM의 해외매각 불가 방침을 밝힌 만큼 하팍로이드가 HMM을 차지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 인수전은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독일 하팍로이드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 21일 마감된 예비입찰에 국내 대기업의 깜짝 등장은 없었지만, 하팍로이드의 참전으로 인수전은 ‘국내자본 vs 해외자본’ 양상을 띠게 됐다.

    이번 매각에서는 인수후보자의 자금조달 능력이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훙공사가 보유한 주식 1억9900만주에 이들이 보유한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2억주를 합한 총 3억9900만주로, 시가총액 기준 지분 가치는 5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전환을 결정하지 않은 남은 1조6800억원의 영구채는 따로 논의해야 한다.

    현재 인수후보자 가운데 HMM을 사들일만한 자금력을 갖춘 곳은 하팍로이드가 유일하다. 6월 말 기준 하팍로이드의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67억9160만 유로다. 한화로는 약 9조7632억원이다. 국내 인수후보자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LX(2조4000억원)를 비롯해 하림(1조5000억원), 동원(6000억원)에 월등히 앞선다.

    하팍로이드의 자기자본비율은 65.7%로 건전성 기준(40% 이상)을 충족 중이며, 부채비율도 52.2%로 낮아 추가 차입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자산총액에서도 하팍로이드는 42조원을 보유해 국내 기업을 압도한다. HMM 자산총액은 26조원이며 하림(17조원), LX(11조원), 동원(9조원) 등이다.

    하팍로이드가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실제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작다는 데에 업계 중론이 모이고 있다. HMM이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선사이고 국가 기간산업체란 점에서 해외매각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수차례 공식 석상에서 “외국기업과 사모펀드에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HMM 해외매각 불가 방침에도 하팍로이드가 등장한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18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운송능력을 보유한 하팍로이드는 세계 5위 해운사다. 2005년 캐나다 CP선박 인수, 2014년 칠레 CSAV와 2017년 중동 UASC 합병 등 적극적인 M&A(인수합병)로 성장해왔다. 82만TEU의 운송능력을 가진 HMM을 인수하면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에 이어 3위로 올라설 수 있다.

    하팍로이드는 HMM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이번 참여로 실보단 득이 많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 HMM 인수전은 ‘실사→본입찰→우선협상대상자 선정→주식매매계약(SPA)’ 등 순서로 진행된다. 실사 과정에서 하팍로이드는 경쟁사이기도 한 HMM의 재무, 영업, 법적 현황 및 활동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전일 HMM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및 수십 년간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 등 국가자산의 해외유출 우려 ▲수출입 물류의 해외 선사 의존으로 국가적 비상사태 시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HMM의 해외매각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