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현대차, 한경연 회원사 흡수 형태로 합류재계, 정경유착 우려 커… 이재용 회장도 우려 외연확장 치중 아닌 윤리위원회 구체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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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에 흡수 통합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전경련 신임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은 정확히는 전경련은 탈퇴했지만 한경연의 회원사로 남아 있던 4대 그룹의 계열사가 한경협 회원으로 지위가 승계되며 자연히 합류하게 된 것이다.
삼성증권만 이사회에서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의결했고, 다른 곳은 이번 합류를 거부하지 않았다. 각 그룹 역시 어디까지나 '회원 자격 승계'일 뿐 적극 복귀는 아니라고 밝혔다.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가입하면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는 크지만 전경련에 꼭 가입해야하는 명분도 없었다. 재계는 전경련이 정경유착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 인지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하며 "현재의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정경유착 재발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고문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용 회장을 사전에 만나 전경련 복귀를 요청했다고 소개하면서 "이 회장도 여러 의심 내지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 같은 것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겠는지, 그럴 경우에 과연 방어장치가 있는지 등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이런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경유착 등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전경련은 위원 선정 등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사항 등 시행세칙 마련은 추후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할 '윤리헌장'도 지난 총회에서 채택했다.
다만 부당한 압력을 원천 차단할 방법은 무엇인지, 단순한 협조 요청과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압력이 현실화할 경우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재계 관계자는 "윤리위를 만들고 단순 권고만 하는 수준이라면 또 다시 지난 정경유착 사건들이 재현될 것"이라며 "최우선순위로 윤리위를 구체화해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4대그룹 합류 이후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전경련은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하이브 등에 신규 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기업은 공문을 받고, 가입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코프로가 가입 신청서를 냈고, 주요 그룹인 포스코도 재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윤리위원회의 역할 및 방법 모색 등 구체화가 중요한 시점에 외연 확장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류진 회장은 취임사에서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재계와 국민들의 시선은 전경련을 향하고 있다. 류 회장이 밝힌 것처럼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는 자체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게 재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