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지원책으로 청년 '역량 강화' 초점… 정작 일자리 없어 도전기회↓ 고용시장 '고령층' 위주…노인 일자리 늘고 청년 비중 매 분기 감소세전문가 "정부·기업 함께 양질 일자리 만들어야…청년 중심 활력내도록"
  • ▲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상담 창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상담 창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청년층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자리 정책 방향을 발표한 가운데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취업 지원금을 지급하고 직업훈련·일경험 기회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으로 청년층의 '일자리'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 체감폭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의 불황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열린 청년 고용 현장간담회에서 '청년 일자리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청년 취업자 수가 지속 감소하고 경제활동 없이 쉬었다는 청년은 증가하는 등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열악한 청년 고용 지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다른 사업들로부터 감액한 재원을 집중 투입해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재학생 단계부터 진로탐색·직업훈련 등 맞춤형 고용서비스 제공 △구직단념청년 자립지원 확대와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 발굴·예방 플랫폼 신설 △빈일자리 청년 취업지원금 신설과 첨단산업분야 직업훈련 확대 △일경험 지원 확대와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 50% 지원 등이다. 주로 청년층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청년층의 지원에 주력하는 것은 이미 청년층의 취업·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최근 3개월간의 수치를 보면 △5월 9만9000명 △6월 11만7000명 △7월 13만8000명 줄어들었다. 달을 넘길수록 규모를 더 불렸다.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2017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적었다. 

    청년층의 침체는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심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청년층의 고용률은 47%로 60세 이상(46.6%)의 고용률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은퇴 후 단순 일자리를 구하는 고령층의 취업과 초년생으로 자리를 잡아 경제활동의 핵심축으로 커야 할 청년층의 취업이 유의미한 차이를 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30대와 40대, 50대의 고용률은 모두 70%대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참가율로 봐도 청년층은 고령층과 비슷한 40%대 수준으로, 70~80%대인 나머지 연령층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다.
  • ▲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게시판에 구인정보가 게시돼 있다.ⓒ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게시판에 구인정보가 게시돼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이번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산업군에서 청년층에 한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취업 지원금 지급으로 의욕을 고취시키고 직업훈련·일경험 기회 등으로 역량을 끌어올려도 채용 문이 닫혀 있으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에 20대 이하의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6만1000개 감소했다. 직전 지난해 4분기(10~12월)에도 3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두 분기 모두 다른 연령대의 일자리 수는 증가한 데 반해 청년층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이는 60대 이상의 일자리가 매 분기마다 30만여 개씩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60대 이상의 일자리 수는 평균 31만 여개씩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이하의 일자리 수는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가 7만7000개에 그쳤다.

    이는 고용시장이 청년층이 아닌 고령층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높은 고용률 등을 근거로 고용시장의 전망이 양호하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고령층의 단순 일자리 취업이 대다수를 차지할 뿐 청년층이 설 자리는 부족한 상태다. 이에 더해 제조업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인력의 영향력도 크다. 7월 기준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 37만2000명 중 외국인 인력이 35%(13만1000명)를 차지했다.

    정부 역시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노동부는 청년 일자리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취약청년에 대한 선제적 맞춤형 지원'에 방점을 둔다고 소개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민간 경제·산업의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면서, 민간이 창출한 일자리와 청년 취업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인 여건이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반기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기업들은 점점 채용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크루트가 국내 기업 727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세 자릿수 채용을 계획한 대기업은 전무했다.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도 중견기업 54.4%, 중소기업 58.0%로 각각 9.6%포인트(p)·9.1%p 줄어들었다. 잡코리아는 하반기에 기업 1곳당 평균 12.7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조사했다. 이는 상반기(19.3명)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기업들은 불안정한 경영 여건에 모두 인력 채용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불황이 오래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을 들여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용시장 내의 젊은 인력풀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관계자는 "경기가 현재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 청년들의 저조한 취업률도 비슷하게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 회복이 더딜수록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기업은 인력풀을 더 넓혀 젊은 인재들을 많이 고용하면서 경제에 활력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핵심은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이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