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HMG 드라이빙 센터에서 서킷 주행, 드리프트 경험경쾌한 핸들링·이질감 없는 제동 갖춰, 감성 측면도 충족주행 성능과 일상의 편안함 양립, N 브랜드 방향성 구현
  • ▲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이오닉 5 N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자동차
    ▲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이오닉 5 N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자동차
    전기차는 강력한 출력과 토크로 매력을 뽐내지만, 다양한 편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운동 특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무게가 무겁고, 회생제동으로 인해 브레이킹이 부족하다거나, 트랙에서 운행하면 주행거리와 퍼포먼스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식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전기차의 성능에 대한 편견을 깨뜨림과 더불어 내연기관과 같은 감성적인 측면까지 제대로 구현한 진정한 ‘펀(FUN)카’로 거듭났다.

    지난 19일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이오닉 5 N을 타고 트랙을 경험했다. 장애물 경주, 드리프트, 런치 컨트롤 등을 통해 다양한 기능과 매력을 빠짐없이 느껴볼 수 있었다.

    아이오닉 5 N을 처음 접하면서 느낀 감각은 경쾌함이다. 2200kg에 달하는 차량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코너링과 슬라럼 등 핸들링 과정에서 부담없이 조작할뿐더러, 심리적인 안정감을 줬다.

    주행 모드별 차별화도 분명했다. 일반 주행 모드는 기존 아이오닉 5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점진적인 출력 전개와 부드러운 하체 세팅을 구현했다. 스포츠 모드와 N 모드는 스티어링 답력과 출력 변화는 물론, 바퀴의 노면을 읽고 가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돼 운전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 ▲ 아이오닉 5 N의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에 터치와 버튼류의 조화가 돋보인다 ⓒ뉴데일리
    ▲ 아이오닉 5 N의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에 터치와 버튼류의 조화가 돋보인다 ⓒ뉴데일리
    실내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착좌감이 좋은 버킷시트는 전동방식이 아닌 수동 조작이지만 이는 다른 고성능 차들도 마찬가지로, 달리는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풋 레스트도 달리는 차의 성격에 맞게 큼직해서 과격한 움직임에도 충분히 지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드라이브 모드, 그린부스트 버튼, N모드와 N e 시프트 기능까지 구현해놓은 점이 편리했다. 스포츠카 특유의 알칸타라 등 소재 사용과 동시에 통풍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등 편의사양을 놓치지 않은 부분도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더했다. N 브랜드가 추구하는 일상의 스포츠카라는 지향점이 녹아든 결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트랙 주행에 앞서 N모드 특화 기능들을 체험해봤다. 서킷 주행능력은 물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높이는 요소들로 가득했다.

    N모드의 앞·뒷바퀴 토크 배분 기능을 통해 운전자가 원하는 0부터 100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전륜쪽에 구동력이 갈수록 안정감이 더해지고, 후륜쪽에 구동력을 높이면 경쾌한 조향 감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N 그린 부스트도 시원한 가속 성능으로 만족도를 높였다. 일반 모드에서나 스포츠 모드 등 상관없이 스티어링 휠에 빨간 버튼만 누르면 차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회생제동 감각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최고 출력을 내는 모터 소리만 실내를 가득 채워 긴장감이 더해졌다.
  • ▲ 최고시속에 근접한 시속 267km/h 환경에도 배터리 온도가 35도로 유지되는 모습 ⓒ현대자동차
    ▲ 최고시속에 근접한 시속 267km/h 환경에도 배터리 온도가 35도로 유지되는 모습 ⓒ현대자동차
    N 페달은 브레이크 없이 가속페달 OFF만으로 민첩한 선회능력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시속 100km/h 가까운 속도로 코너 진입 시 자꾸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게 돼 가속페달을 떼면서 스티어링 조작을 이어간다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다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N페달의 제동 능력과 횡 가속도를 버텨내는 토크벡터링 기술로 끝까지 언더스티어를 내지않고 버텨내는 차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N 페달은 총 3단계로 구성돼있는데 1단계만으로도 I페달 대비 강력한 제동력을 체감했다.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으로 일반 운전자도 드리프트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구현한 점도 재밌는 요소다. 원형 코스를 돌면서 스티어링 휠을 유지하고, 30%대 가속 페달을 밟은 상태로 시속 50km/h정도를 유지하다가 페달링을 70%대로 전개하면 차가 쉽게 미끄러졌다. 카운터 스티어링과 페달 조작이 미숙해 드리프트를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지만, 미끄러지는 감각을 체험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N e 시프트와 더불어 활성화 되는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연구원들의 설명에도 반신반의했던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에서 가상으로 변속충격과 소리를 구현했다니 아무래도 이질감을 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스티어링에 있는 버튼으로 기능을 활성화하자마자 헤드업 디스플레이 화면이 수동기어 단수 변화를 위한 엔진 회전수를 나타냈다. 가속 과정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패들시프트로 업시프트를 하면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했지만,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어김없이 ‘펑’하는 엔진 폭발 소리가 들렸다.
  • ▲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를 활용하면 초보자도 쉽게 드리프트를 구현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를 활용하면 초보자도 쉽게 드리프트를 구현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변속충격도 이질감을 주지 않았고, DCT 미션을 수동으로 변속하는 느낌 그 이상으로 조작감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엔진처럼 느끼게 하는 엔진 회전수 변화에 따른 사운드와 질감의 합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후연소로 인한 팝콘 배기음과 레브매칭되는 느낌, 미세한 엔진회전수의 떨림까지 내연기관 그 자체였다.

    이렇게 한 세션을 돌고 배터리를 확인했더니 처음 완충됐던 98%에서 약 10% 줄어든 88% SOC가 남아있었다. 런치 컨트롤 등을 수행하면서 급격한 엑셀 전개에도 충분한 회생제동을 했다는 의미로 읽혔다. 뒷자리에 뒀던 가방은 주행하는 내내 과격하게 흔들리면서 소음도 발생해 결국 운전에 집중하기 위해 맡겨둘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완충된 차량으로 교체한 뒤 트랙을 경험했다. 인스트럭터가 안내하는 라인에 따라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드라이빙 센터의 트랙은 고저차는 크지 않지만, 코너링을 위주로 해 핸들링에 특화된 차량의 성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N모드로 트랙을 주행하는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그간 다른 브랜드의 고성능 전기차로 트랙을 달렸을 때와 확연히 달랐다. 가속력은 시속 150km/h 이상에서도 시원하게 뻗어나갔고, 차량의 무게에 대한 부담을 덜어 코너링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와 N 모드에서 별도의 ESC 제어가 있다는 부분도 한몫했다. 빠르게 ABS를 개입하기 보다는 운전자의 의도에 최대한 맡긴 세팅이다. 코너에서 차량이 높은 한계점을 가진 만큼 타이어가 끝까지 노면을 놓치지 않음을 체감하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 ▲ 트랙 주행을 마치고도 배터리 SOC는 68%, 온도는 36도를 유지했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트랙 주행을 마치고도 배터리 SOC는 68%, 온도는 36도를 유지했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트랙을 마지막 바퀴까지 주행하고 난 후 피트로 돌아왔을 때, 긴장감이 풀리면서 등에 흥건한 땀이 느껴졌다. 운행 중에 공조장치와 통풍시트를 최대로 가동했는데도 그랬다. 그만큼 온전히 차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해서 주행할 수 있었다.

    가격은 더욱 놀랍다. 650마력대 고성능 차를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에서 찾으려고 하면 8기통 엔진을 탑재해야 하기에 스펙에 준하는 차량을 찾자면 쉽게 2억대를 훌쩍 넘긴다. 이에 비해 아이오닉 5 N은 단일 트림 7600만원이고, 국고보조금 혜택도 50% 받을 수 있다.

    아이오닉 5 N을 접하는 자리에서 만난 현대차 연구진과 인스트럭터들은 개발과 성능 테스트 과정에서 차와 대화를 나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트랙주행 택시 드라이빙에서도 인스트럭터는 차가 코너링에서 한계를 시험해보라는 듯 부추긴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오닉 5 N을 트랙에서 타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거 같다. 차가 끊임없이 ‘할 수 있잖아, 조금만 더 해봐’라고 말을 걸었다. 서킷에서 아이오닉 5 N은 누구라도 코너에서 더 늦게 브레이크를 밟고, 더 과감한 코너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