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드레일 조항 "5% 이내 증산 제한"… 中팹 수정 불가피레거시 전담 전환 준비중… '수요 침체' 낸드팹 폐쇄 가능성도"미중관계 악화 中 투자 의미없어"… 10% 투자 가능 '레거시' 집중
  •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법(CHIPS Acts)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중국 내 생산능력을 5% 초과해 증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최종 확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 측에 증설 기준을 높여달라는 요청을 하는 동시에 이미 중국 반도체 공장을 구형 제품인 '레거시'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앞서 제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초안에서 명시했던 중국 내 생산시설 확장 범위를 그대로 확정했다. 확정된 가드레일 조항에는 자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 간 중국 내 생산시설을 첨단 반도체는 5% 이상, 레거시 반도체는 10% 이상 증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가드레일 조항 확정으로 우리 정부와 반도체업계는 실망과 동시에 대(對) 중국 투자 관련 큰 불확실성은 덜어냈다는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보였다. 미국 정부가 가드레일 조항 초안을 통해 중국 내 투자를 5%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우리 정부와 업계는 첨단 반도체 분야 설비확장 기준을 10%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우선 이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평이 나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기존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가드레일 조항 초안에서 이미 미국 정부의 의중이 드러났던만큼 오히려 중국 투자 전략을 다시 세울 확실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지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사실상 중국에서 의미있는 투자를 하지 못한지도 오래됐고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을 이어갈 수 밖에 없게 되면서 불확실성을 덜었다고 보는 의견이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중관계가 악화되고 미국과 국내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신설하면서 이미 반도체 투자 무게 중심에서 중국은 멀어진지 오래"라며 "당장 현상유지에 만족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향후엔 사실상 탈중국까지 고려해야한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생산공장 전경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생산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실제로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대중 투자를 신규로 추진하지 않은지는 오래됐고 이번에 미국의 가드레일 조항이 확정되면서 중국 공장을 비교적 투자 제한이 덜한 '레거시' 중심으로 꾸리는 방향으로 전략 구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에 신규 공장을 꾸리면서 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등 당장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조만간 미국에 후공정 라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중국 생산공장의 전략 변화는 이미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는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는 후공정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지역에 D램 생산공장과 8인치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하면서 다롄 지역에 낸드 생산공장까지 얻었다.

    두 기업 모두 중국에서 생산하는 첨단 메모리 제품 비중을 줄이고 레거시 중심으로 생산을 이어가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일부 공장을 시작으로 레거시 제품 생산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도 엿보인다.

    레거시 반도체는 그나마 미국의 규제가 덜한 부분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 내에서 확대가 가능한 첨단 반도체에 비해 10% 이내에서 생산능력 확대가 가능한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면서 미세공정 기술을 업그레이드 해 웨이퍼 당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현재 수요 침체가 심각한 낸드의 경우 중국 생산공장에서 집중적으로 감산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선 낸드시장 침체가 더 길어지면 중국 투자 감축과 맞물려 낸드공장 가동률이 상당부분 떨어지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공정으로 전환하거나 사실상 가동을 멈추게 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