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스온, '탐사-개발-생산'까지 국내서 찾기 힘든 성과 달성고 최종현 선대회장부터 2대에 걸친 '에너지 자립' 의지 재조명최태원 회장, 자원 확보 국가 문제로 인식, 석유개발 지원 사격
  •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이 남중국해에서 원유 생산에 성공하며 40년에 걸친 SK그룹의 석유개발 사업이 꽃을 피우게 됐다.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맺게 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어스온은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 내 LF(Lufeng)12-3 유전에서 9월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한다. 

    17/03 광구는 중국 선전시에서 약 300km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일일 생산량은 석유 생산 정점(Peak Production)을 기준으로 약 2만9500배럴로 이는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1%를 넘는 규모다.

    SK어스온은 2015년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CNOOC(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와 광권 계약을 체결한 이후 독자적인 광구 운영권을 확보한 이후 지질조사, 물리탐사 등 기초탐사 작업을 통해 2018년 탐사정 시추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고, 생산준비를 위한 유전평가, 생산시설 건설 등 개발 단계를 거쳐 마침내 원유 생산에 이르게 됐다.

    현재 SK어스온은 8개 국가에서 10개 광구 및 4개의 LNG프로젝트에 참여 및 관리를 하고 있으며 10개 광구의 생산량은 일일 약 5만2000배럴(석유환산기준)이다. 

    SK어스온의 이번 원유 생산은 유전 탐사부터 개발, 생산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 자원개발은 성공률이 10%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고위험 사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상당한 리스크도 존재하는 만큼 국내 민간기업의 성공 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SK어스온이 이 같은 성과를 이룬데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부터 아들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이어진 노력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지난 1975년 '제2창업선언'으로 불리는 신년사를 통해 선경(現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천명했다. 

    최 선대회장은 "나는 선경을 국제적 차원의 기업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두 가지 명제를 분명히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석유에서 섬유에 이르는 산업의 완전 계열화를 확립시키는 것"이라며 "우리의 섬유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석유화학공업에의 진출이 불가피한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석유정제사업까지도 성취시켜야 하겠습니다. 둘째 명제는 기업 확장과 더불어 경영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1980년 유공 인수로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낸 최 선대회장은 해외유전으로 눈을 돌렸다. 

    최 선대회장은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해외 에너지원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란 유전이 없는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을 담은 말이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만큼 자체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내부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해외유전개발사업은 성공가능성은 매우 낮은 반면 투자비용이 커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최 선대회장은 '자원기획실'을 신설하며 이 프로젝트에 대한 남다른 집념을 드러냈다. 

    당시 최 회장은 "회사는 이익의 15% 이상을 매년 석유개발 사업에 투자해야 할 것이며 실패하더라도 참여한 직원을 문책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1984년 예멘의 마리브 광구에서 처음으로 유전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1987년에는 처음으로 원유를 선적하며 '산유국의 꿈'을 실현시켰다. 최 선대회장이 단순히 돈 버는 사업이 아닌 대한민국이 앞으로 먹고 살 산업을 발굴하고 키우는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선대회장의 이같은 노력은 아들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어갔다.

    실제로 최 회장 역시 자원 확보를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석유개발 사업을 주요 과제로 삼는 등 더욱 힘을 쏟았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 2008년 한국석유공사가 카스피해 잠빌 광구에 10억배럴의 매장량이 있다며 진출한 사업에 참여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이다. 

    석유공사는 잠빌 광구에 10억배럴의 원유가 있다고 추정했지만, 시추 결과 매장량은 1억배럴에 그쳐 지분을 매각했다. 이로 인해 사업에 참여한 SK이노베이션이 입은 손실은 1000억원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투자를 지속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 2014년 석유개발사업의 허브로 불리는 미국으로 진출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것도 최 회장의 뚝심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어 2018년에는 이번에 원유 생산을 시작한 남중국해 원유 탐사 성공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은 낮은 성공률과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돼 고위험 사업으로 분류된다"며 "이번 SK의 성과는 과감한 투자와 노력이 맺은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