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자체 AI칩 개발 속속 뛰어들어…AI칩 핵심 'HBM' 선점 경쟁 치열엔비디아, SK하이닉스에 대규모 선수금 주고 물량 선점나서….이례적 계약 '눈길''HBM 양산 병목' TSV라인에 선수금 대거 투자…청주 TSV 구축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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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대규모 선수금을 지불하며 AI 반도체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선점에 나섰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시장 90%를 독점한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AI칩 개발에 속속 뛰어들면서 가뜩이나 달리는 HBM은 몸값이 더 높아지고 있다.SK하이닉스는 이 선수금으로 HBM 생산능력을 결정짓는 청주공장 'TSV(Through Silicon Via)' 라인에 집중 투자에 나선다.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SK하이닉스와 HBM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수금을 대거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나 선수금 규모 또한 기밀사안이라 알려진 바가 없지만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HBM3를 공급하고 있고 내년 공급되는 후속제품인 HBM3E까지 전담키로 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선수금 규모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메모리 반도체 계약에서 이처럼 대규모 선수금을 지급하는 형식의 계약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내년 HBM시장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생성형 AI 열풍으로 여기에 핵심인 AI 반도체는 품귀현상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기업이었던 엔비디아가 AI 열풍으로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이른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사기 위해 줄을 늘어섰을 정도다.하지만 개당 가격이 1000만 원이 넘고 주문이 넘쳐 적어도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개발하는데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달 연례 행사로 열리는 개발자 회의를 통해 자체 개발한 첫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구글도 지난 8월 AI 칩 'TPU v5e'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을 맡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AI 칩인 '인퍼런시아'와 '트레이니엄'을 개발했다.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독점하던 엔비디아가 AI 칩 핵심인 HBM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업계는 평한다. 가뜩이나 HBM 공급이 빠듯한데 경쟁사들까지 뛰어들면 HBM 수급 이슈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주문 기간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을 뺏길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까닭에 엔비디아가 업계에선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선수금 지급이라는 방식으로 SK하이닉스에 HBM 생산능력 확장을 강력히 주문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서 받은 선수금을 HBM 생산능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패키징 라인인 'TSV'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고, 지난 3분기 들어 TSV 라인 신설 관련한 작업들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SK하이닉스는 지난 상반기부터 TSV라인 증설을 두고 고민했다. HBM이 생산되는 라인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팹(FAB)이지만 여기에 TSV라인까지 신설하기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였다.결국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M15 P3 팹에 TSV 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낸드 생산을 주로 하는 청주 팹에는 활용 가능한 유휴공간이 충분했다. 이천에서 생산한 HBM을 청주로 옮겨 패키징해야 한다는 비효율이 발생하지만 그만큼 TSV 라인 증설이 시급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 셈이다.여기에 패키징 라인 증설에 필요한 비용까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하면서 담당 인력 배치나 라인 셋업에 속도가 붙었고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이 증설 라인을 활용해 HBM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