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깬 의대증원 0명 … 이제 '정원 0명' 압박 거세진다무너진 개혁 명분, 반발 기류 확산 … 환자·입시생 피해자로 사태 봉합할 리더 절실 … 타협으로 개선책 도출해야
-
- ▲ ⓒ뉴데일리DB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정책 이전인 3058명으로 발표했지만 의대생들의 복귀는 미흡할 것으로 관측된다. '버티고 투쟁하면 정부가 백기를 든다'는 공식이 재차 입증됐기 때문에 동결이 아닌 '감원'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전망이다.의료계는 도쿄대가 1968년 의사법 개정에 항의한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이듬해 입시가 중단된 사례를 국내 상황에 대입하고 있다. 더블링, 트리플링 우려 속에 정원 0명이 합당하다는 주장은 작년부터 제기됐다.박단 의협 부회장 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026년은 어떻게 될까. 현재 전국 의대의 교육 여력과 도쿄대 사례를 참고하면 2026년도 의대 입시는 전면 중단, 즉 전국 의대 모집 정원은 0명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했다. 지난해 가을 SNS을 통해 남긴 말이다.이 문장은 증원 0명 결정에도 투쟁 전선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실제 오는 2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궐기대회에 최소 6000명의 의대생이 참여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증원 0명은 봉합 전략이 아니었고 정원 0명을 위해 거치는 과정으로 남게 된다.정부는 내년도 의대정원 5058명에서 3058명으로 축소하면 복귀 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도 모호한 '수업 정상화'를 빌미로 원칙을 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사태 봉합을 원하는 의대 학장과 총장의 기대에 불과하다.대통령 탄핵 후 큰 틀에서 의료계 단일대오는 유지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직역 이기주의에 함몰됐다는 의미다. 결국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야 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의사인데 최소한의 양보와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지금은 환자-의사 관계(PPI)를 쌓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렸다. 적정 수준 타협을 통해 점진적 개선 방향을 만드는 리더가 필요한데 현재 그럴만할 의료계 인물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그런 의미에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일갈은 참담했다. 그는 얼마 전 강의에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같은 대형병원의 고령 교수들과 공무원들에게 평생 괴롭힘당하며 살기 싫다면 바이털과는 하지 말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조선은 가망이 없으니 탈조선 해라"고 말했다.인생을 갈아 넣어 중증외상환자를 살렸지만 보상이 없는 한국 필수의료의 한계점을 드러낸 것이다. 켜켜이 쌓인 지독한 고질병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의료개혁 명분이 생긴 것이지만 일방적 정책 설계로 갈등 구조만 깊어졌다.이러한 상황 속 정부가 최종적으로 증원 0명을 택하게 된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오명에도 교육·의료 정상화의 시급함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환자는 물론 입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정이기도 하다.한발 물러나 의료계도 증원 0명에 대한 답을 내놓을 때가 됐다. 의대생과 전공의는 정원 0명을 향한 투쟁이 아닌 의료계 고질병을 고치는 각종 개선방안을 도출해 선진적 한국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정부는 애초에 증원 0명을 위해 판을 깔아 놓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환자 피해를 담보 삼아 원칙을 깬 결정이기 때문"이라며 "이제 의료계도 환자를 위해 직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그는 "의료정상화를 위해 타협안을 조속히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환자 단체도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원한다. 불안감 속에서 버티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소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