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비중증 보장 5천만→1천만원으로 축소강제전환 방안, '위헌' 반발에 … 제외키로"재매입 기준 관건 … 건전성 따져본 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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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말 출시할 차세대 실손보험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보험료를 낮췄지만 비중증·외래환자의 자기부담을 대폭 상향하면서 5세대 실손의 경쟁력에 회의적인 반응이 잇따르면서다.특히 정부가 의료비 증가 요인으로 지목해온 초기 1~2세대의 강제 전환 방안도 '위헌' 논란만 남긴 채 무산되면서 개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대 간 계약 재매입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역시 마련되지 않아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보험료 낮아지고 임신·출산 보장 확대했지만 … 자기부담금은 높아져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을 공개했다. 과도한 의료쇼핑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 및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한 취지로 급여·비급여 관리 체계를 새로 정비했다.급여는 입원과 외래(통원)으로 구분해 차등화하기로 했다. 급여 입원은 현행과 같이 실손보험료 자기부담률을 일괄 20%로 적용한다.또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눴다. 다만 암·뇌·심장질환 등 중증 비급여는 연간 5000만원 등 현행 보장을 유지하고, 500만원의 자기부담 한도를 신설했다.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이용률이 높았던 도수치료, 무릎주사 등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다시피했다. 비급여 치료 시 본인 부담률이 최대 95%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비중증 환자 역시 연간 보상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되며, 통원치료는 회당 20만원에서 일당 20만원으로 대폭 하향됐다.대신 정부는 5세대 실손의 경쟁력으로 낮은 보험료와 임신·출산 보장 범위 확대를 내세웠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가 30~50% 인하될 것으로 추정했으며, 임신·출산과 관련된 급여 의료비를 실손 보장 범위로 확대해 저출생 시대에 두텁게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초기 실손, 갈아탈 유인 적은데 … '강제 전환' 방안 제외그럼에도 1세대와 초기 2세대 가입자 입장에선 보장 범위가 현저히 축소되는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유인이 적어 보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1~2세대는 전체 실손 가입자의 44%인 1582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재가입 주기도 없어 처음 가입한 약관대로 만기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정부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초기 실손의 약관변경을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 등 '강제 전환' 방안을 시사했지만, '위헌'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번 개편안에선 제외했다. 초기 세대의 자율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대신 정부는 초기 1~2세대 실손 가입자 중 희망자에 한해서만 일정 보상을 제공하고 세대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은 유지했다. 특히 이들에 대해선 신규 실손보험으로의 '무심사 전환' 허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정부는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초기 가입자 중 재매입 수요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의료 서비스는 받지 않고 월 10만원 넘는 보험료만 내시는 분들이 있다"며 "(실손을) 바꿀 생각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쉽지 않은 재매입 기준 마련 … 당국 '과제'로 남아계약 재매입에 따르는 인센티브 기준과 범위는 당국으로서도 과제로 남았다. 관계자는 "사람마다 기대 수준이 다르다"며 "계약 재매입이라는 범위에 대해서는 건전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보험업권에선 실손 개편이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마저 뒤따르고 있다. 보험사로서는 손해율이 높은 초기 실손 가입자의 이동이 없는 한 보험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전환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부가 실손을 차차 없애는 흐름으로 갈 수도 있다는 예상마저 드는 상황"이라고 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환을 유도하려면 높은 가격을 쳐줘야 하는데, '높은 가격'을 정의하기도 어렵고 정의가 된다 해도 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라며 "애초에 재매입은 희망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고안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