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불공정거래 가능성에도 투자주의만 7차례하한가 터진 후에야 거래정지…시장감시 기능 '사후약방문' 지적 코로나 이후 중단된 시장감시 브리프, 예방 효과에도 재개 없어
-
올해 700% 이상 급등한 뒤 하한가를 맞은 영풍제지에 대한 거래정지 조치가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앞서 두 차례나 비슷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감독당국의 모니터링 등 사전적인 예방 조치가 부족했다는 평가다.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영풍제지와 모회사인 대양금속은 거래매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8일 두 종목은 장 초반부터 하한가로 직행해 그대로 마감했다.영풍제지는 지난해 순수익이 79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1월 대양금속이 인수한 후 급등하기 시작해 올해만 730% 가량 오른 종목이다.별다른 호재 없이 상승한데다 공매도가 되지 않는 점, 장기간 저평가된 자산주로 분류된 점 등은 지난 4월 발생한 라덕연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또한 지난달부터는 600만~700만주의 거래량을 기록했던 만큼 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거래) 의심 정황이 뚜렷하다.주가가 폭락한 건 지난 17일 검찰이 두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4명을 긴급 체포한 후 공범들이 급하게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앞서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해당 종목에 대해 거래에 제한이 없는 '투자주의' 수준의 가장 낮은 시장경보 조치만을 취했다. 지난해 1월부터 7차례에 달한다.시장 경보는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전적인 제도다. 시감위는 불공정거래의 개연성을 발견하고 특정 종목에 대해 투자주의 → 투자경고 → 투자위험 등 3단계로 지정할 수 있다. 단계마다 지정 요건이 있으며 투자경고부터는 거래에 일부 제한이 생긴다.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려면 주가가 3일간 100% 상승하거나 5일간 60% 상승해야 하는데 영풍제지는 장기간 조금씩 상승해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 대양금속 역시 올해 주가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았다.현행 시장 경보 제도에 구멍이 있다는 방증이다.거래소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시장 경보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지만 그 사이에도 하한가로 인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신속성에선 아쉬움이 남는다.거래소는 지난 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200% 이상 상승한 종목에 대해 매매양태 등 불건전성을 반영한 투자경고지정 요건을 신설한다.이외에 시장 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중·장기 불공정 거래 적출 기준 마련 ▲혐의 계좌 간 연계성 확인 기법 다양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시장 경보 제도 개편안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라덕연 사태 이후 중장기 상승 종목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곧바로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이와 관련해 시뮬레이션도 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이어 "다만 시행 시점의 경우 전체적인 세칙 개정과정 등에서 금융위원회와 페이스를 맞춰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재개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시장감시 브리프'도 없었다.거래소 시감위는 지난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매주 이상과열 징후가 나타나는 테마와 불공정거래 유형 등을 모니터링하고 보도를 통해 배포하는 등 불공정거래 사전 예방 활동을 펼쳤다.2021년 7월 당시 월평균 시장경보조치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월평균 7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혀 예방 효과도 스스로 입증한 바 있다.지난 5월 국회 정무위에서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에 대한 거래소의 모니터링이 소홀했다는 지적과 함께 시장감시 브리프가 재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거래소는 '한시적 운영'이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개인 투자자들은 예기치 못한 주가 폭락사태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하한가가 터진 후의 조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올해 주가 조작 사태가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감독당국이 신경을 얼마나 쓰느냐, 사전적으로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투자자들의 신뢰가 달려있다"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기반이 부족하고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