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적자'중국발 동박 물량공세 가격 하락 이어져"고성능 배터리용 수요 증가 등 이르면 내년 안정적 수익 전망"
  • ▲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야심차게 시작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2억70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사들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회사의 연속 적자 고리를 끊어낼 카드로 떠올랐지만 중국발 동박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업계 안팎에선 롯데케미칼이 인수 효과로 이르면 3분기 내 흑자전환을 기대했지만 우선은 내년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10억원이다. 지난해 동기간 대비 50%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1·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1억원, 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2%, 94% 급락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전체 영입이익도 지난해(848억원)를 크게 밑돌 가능성이 크다.

    실적이 급격히 떨어진 데는 중국발 물량 공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과잉 생산된 중국산 동박이 시장에 풀리면서 국내 기업들도 덩달아 판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비까지 올라 원가 부담이 커졌고 수익성은 악화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이 극심한 상태에 국내 업체들도 여기저기 계속 증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보면 중장기적 수익성을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고객사인 전기차 공장들의 증설 지연도 실적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본격적으로 공장 증설에 나섰지만 올해 금리가 인상되면서 브리티시볼트 등 유럽의 신생 배터리 업체들이 파산하고 전기차 공장들도 증설을 미루거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동박 사업마저 정체되면서 롯데케미칼이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실적 내리막길을 걸은 가운데 직전 분기까지 총 8454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다만 동박의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이르면 내년부터 상황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범용 동박부터 초극박·고강도·고연신 하이브리브형까지 제품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 수익성을 기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영토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한국과 말레이시아 공장에 연 6만t 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스페인·미국 등 글로벌 거점을 통해 2027년 23만t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중국산 동박 업체들의 물량 공세와 고객사 수요 하락으로 실적이 다소 감소했으나 향후 중국산 범용 동박이 아닌 고성능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국내산 하이엔드 동박의 수요가 상승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