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19.4%→32.5%…공시부담 완화 의도2만~4만원대 주식매수 소액주주 피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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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신세계건설이 결국 자발적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대주주인 이마트는 경영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외부주주 간섭을 차단, 대주주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장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공개매수가보다 비싸게 주식을 매수했던 일반 소액주주들 피해도 우려된다.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부터 내달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신세계건설 기명식 보통주식 212만661주(발행주식총수의 27.33%)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코스피 상장사가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려면 자사주를 제외하고 대주주가 지분 95%이상을 확보해야 한다.이마트가 계획대로 신세계건설 지분을 모두 취득하면 발행주식총수 97.8%에 달하는 758만9122주를 보유하게 된다.이번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이마트는 신속한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정상화, 투자자 보호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외부시선은 곱지 않다.시장에선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전략적 상장폐지'라는 분석이 나온다.그룹사 지원에도 2년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등 신세계건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자 경영권 방어와 일반주주 등 외부간섭 차단을 위해 극약처방을 내놨다는 주장이다.실제 2022년 120억원이던 신세계건설 영업손실액은 지난해 1878억원으로 1년만에 1465% 급증했다. 상반기에도 643억원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경영이 이어지고 있다.기업 현금창출력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45억원으로 전년동기 -805억원대비 적자폭이 154% 커졌다.내부거래 등 경영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그동안 신세계건설은 스타필드 건설공사 등 그룹사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실제로 신세계건설 전체매출에서 특수관계사 건설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상반기 19.4% △2023년 상반기 28.3% △올상반기 32.5%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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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신세계건설이 내부거래 규제대상이라는 점이다.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이 발행주식총수 20%이상 주식을 소유한 회사' 또는 '그 회사가 50%이상 주식을 소유한 자회사'와 거래가 일정 규모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신세계건설은 대주주인 이마트 지분율이 70.46%다. 지난 1월 신세계영랑리조트법인 흡수합병 영향으로 이마트 지분율이 기존 42.71%에서 70.46%로 급등하며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됐다.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경영정보 공시의무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일반주주들 경영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즉 상장폐지는 오너일가와 경영진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지만 주식을 고점에 매수한 소액주주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주주이익 침해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이마트는 지난 27일 종가(1만6050원)대비 14% 높은 1만8300원을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총 공개매수대금은 388억810만원이다.신세계건설 주가는 2021년 3월 4만6800원(종가 기준)을 기록한 뒤 점진적인 하락세를 기록해왔다. 주당 2만~4만원에 주식을 사들였던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인터넷 주식토론방 등 온라인 여론도 들끓고 있다.네티즌들은 '대주주 농락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이게 뭔가', '회사와 함께한 결과가 이것이냐'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신세계건설은 이번 상장폐지를 부실사업장 정리, 사업구조 재편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이마트의 경영판단을 존중한다"며 "자발적 상장폐지를 계기로 수익성 강화작업을 발빠르게 진행해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