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조 신사업 투자 선언… 석화·섬유·금융 등이 전 회장 복권 두달만…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의혹 수사태광그룹 "횡령·배임 의혹 자체 감사… 前 경영진 비위 행위"
  •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정상윤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정상윤 기자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로 인해 지난 1년 여간 추진한 신사업 계획이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복권되며 10여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된 지 2개월여 만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이호진 전 회장 자택과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태광CC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태광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태광CC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 6000만원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8094만원 사적 사용 등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복권 두 달 만에 사법리스크를 겪으며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신사업 추진 등 미래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태광그룹은 성탄절 특사 발표를 앞둔 시점에 2032년까지 제조, 금융, 서비스 부문에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섬유(태광산업, 대한화섬) 등의 신사업 및 공장설비 개선에 총 10조원, 흥국생명·흥국증권 등 금융 계열사의 신사업 및 통합 DB관리 센터 구축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법 리스크로 이 전 회장의 공백기가 길어지며 태광그룹의 지난 10년은 사실상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2조 투자는 보수적인 경영 정책을 수년 동안 유지해오던 중에 오랜만에 밝힌 투자 계획이어서 관심이 컸다.

    또 태광그룹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래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미래위원회는 그룹 차원에서 일관성과 속도감 있는 ESG 추진을 위해 그룹의 비전 및 사업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계열사 대표 협의체인 경영협의회 부의장이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 흥국생명, 흥국화재 대표가 부위원장으로 참여한다.

    태광그룹은 11월 중 그룹 차원의 ESG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1월까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천계획을 설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법 리스크로 일정이 불분명해졌다.

    다만 태광그룹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 전 회장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태광그룹 측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내부) 감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이 전 회장은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복권 후 태광그룹은 그룹 내부의 횡령·배임 등 주요 의혹과 관련 그룹 내부 차원에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초부터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골프장) 사업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티시스'의 내부 비위 행위가 적발됐고, 그룹 경영협의회는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같은 달 24일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를 해임한 바 있다. 이후 감사 대상을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회장이 검찰 수사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계열사 업무를 총괄한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의혹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내부 감사를 더욱 철저히 진행해서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전 경영진의 전횡과 비위 행위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 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비위 행위의 주체와 내용들이 낱낱이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