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키옥시아에 협상 중단 통보SK하이닉스, 컨콜서 반대의사 명확히 밝혀日 반도체 도약 물거품… 경쟁사엔 긍정
  • ▲ 키옥시아 일본 욧카이치 공장 전경 ⓒ키옥시아
    ▲ 키옥시아 일본 욧카이치 공장 전경 ⓒ키옥시아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간 합병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키옥시아의 투자자인 SK하이닉스가 전날 통합에 반대를 표명한 뒤 나온 소식이다.

    경쟁국의 합병을 통한 거대 기업 출현이 무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에 가해지던 위협도 해소될 전망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 등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양사는 웨스턴디지털이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옥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협상해왔다.

    하지만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키옥시아 최대 주주는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으로, SK하이닉스는 2018년 이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을 두고 당사가 투자한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해당 딜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동의를 하지 않는 사유와 합병 진행 과정에 대한 사안은 베인캐피탈과의 비밀 유지 계약으로 인해 언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주주는 물론이고 키옥시아를 포함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반도체대전(SEDEX) 2023'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병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투자자를 비롯해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줘야 하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요미우리는 "장래에 키옥시아와의 협력도 염두에 둔 SK 측이 경영통합시 웨스턴디지털의 주도권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협상에는 경제안전 보장 관점에서 미일 양국 정부도 깊이 관여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양사가 협상을 중단한 이유로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점과 함께 "키옥시아의 최대 주주인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과도 경영통합을 둘러싼 조건을 절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부담도 덜게 됐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1.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키옥시아(19.6%), SK하이닉스(17.8%), 웨스턴디지털(14.7%), 마이크론(13%) 순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시장 점유율을 합산하면 1위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수치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입장에서는 반도체 도약을 꿈꾸는 발판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무산이 되면서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사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이슈는 무산됐지만 앞으로도 반도체 업계에서 M&A 시도가 계속 생겨날 거고, 경쟁국의 위협과 견제도 지속될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