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전날 1297.3원 마감… 석달만에 1300원 밑으로원엔 860원대… 15년만에 최저 수준연준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 경기침체 우려"한국경제 호재 아닌 시장의 과잉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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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통화 중 우리 원화가치가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는 물론 엔화나 위안보다 절상폭이 높다. 원/엔 환율은 15년만의 최저 수준인 860원대까지 떨어졌다.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1297.3원에 마감했다. 지난 1일 1357.3원으로 마감한 이후 3거래일 만에 60원이나 떨어졌다. 하루 낙폭도 2일 14.4원, 3일 20.5원, 6일 25.1원으로 점점 커졌다.원/엔 환율은 100엔당 866.38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900원대가 깨진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만에 860원대까지 떨어졌다.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차가 2.0%p까지 벌어지면서 환율방어는 외환당국의 골칫거리였다. 지난해 10월 25일 1444원을 터치한 원/달러 환율은 올해 2월 2일 1216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4일 1363.5원까지 치솟는 등 널뛰기를 계속했다.원/달러 환율이 다시 안정세를 찾는 것은 '연준의 긴축이 사실상 끝났다'는 기대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연준이 한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갑자기 등장한 조기 경기침체론이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지난 2년간 우리 통화당국을 괴롭혔던 강달러 현상은 한풀 꺾였지만, 유독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주목할 지점이긴 하다. 통상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위안화의 경우에도 지난 1일 100위안당 1만8503원에서 3거래일 만에 1만7851원까지 떨어졌다.원화와 절상폭이 비슷한 국가는 멕시코,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상회(멕시코)했거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페루)한 곳이다.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튼튼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과잉 반응이라는데 의견을 모은다. 박수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내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절상은 수급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난달 달러인덱스는 상승했으나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은 달러를 대신해서 살 통화를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불균형한 외환 수급은 향후 비정상적인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완화적 태도에 대한 시장의 과잉 반응으로 보인다"며 "원화의 민감도가 커졌다는 것으로 언제든지 또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