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핸드크림 세트 5000개… 1억 3250만원 소요'투체어스W 청담' 등 초고액자산가 영업점 활용우량고객 이탈 우려에… '궁여지책'
  • ▲ ⓒ우리은행
    ▲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최근 '억 단위' 비용을 들여 고객 사은품 구매에 나서 눈길을 끈다. 

    최근 잇단 금융사고로 인해 우량고객 중심으로 이탈 조짐이 보이자 급하게 마련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9일 '고객 이탈방지 마케팅 사은품 구매' 입찰공고를 냈다. 

    은행이 대고객 영업을 위해 사은품을 구매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고객 이탈방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구매품목은 '비누‧핸드크림 세트'로 총 구매수량은 5000개다. 은행 측이 제시한 예정가격은 1억 3250만원(1개당 2만 6500원)이다.

    가격이 비교적 고가인 만큼,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사은품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은행 측이 납품대상으로 지정한 영업점도 초고액자산가 고객들을 전담하는 '투 체어스(TWO CHAIRS) W 청담'이다.

    '투 체어스'는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브랜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취임 후 WM(자산관리)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1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PB 특화센터인 '투 체어스 W'를 청담과 대치 2곳에 설치한 바 있다.

    우리은행이 고액 자산가 위주 우량고객들을 대상으로 선물 공세에 나서게 된 이유는 최근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로 인해 은행의 생명과 같은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작년 700억원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는 지난 7월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7만달러(약 9100만원)를 빼돌린 직원이 적발됐다. 고객이 낸 공과금 약 5200만원을 빼돌려 자신의 전세보증금에 유용한 직원도 있었다.

    특히 지난 8일엔 본점 트레이딩부 직원이 주식파생상품 거래에 실패해 962억원 손실을 본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액자산가들의 불신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직원의 실수를 잡아낸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투자를 위해 돈을 맡기는 고객 입장에선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은행 입장에선 대형 금융사고가 한 번 터지면 상당한 고객이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선물도 좋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