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오스테드, 美프로젝트 2건 중단…40억달러 손실 에이번그리드, 수조원 규모 해상풍력발전 건설계획 파기 바텐폴, 영 해상풍력단지 개발중단…투자비 5억달러 포기 고난도 기술력 대비 초기투자비 막대…비용의 70% PF대출 공들인 대우·SK에코·한화, 고금리 등 외부변수 내성 '취약'
  • ▲ 제주도 인근 해상풍력발전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 제주도 인근 해상풍력발전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앞다퉈 뛰어든 건설사들이 미국발 악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금리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미국내 대어급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국내 해상풍력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다발적으로 벌어진 전쟁탓에 부품공급난까지 점쳐지면서 건설기업 등 국내업체 수주 보릿고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 세계 1위인 덴마크 오스테드社가 미국 뉴저지주에서 추진하던 2개 프로젝트를 최근 중단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비용상승과 더불어 부품공급업체 납기지연으로 40억달러이상 손실이 예상되자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약 23억달러 안팎으로 예상됐던 손실액이 2개월만에 2배 가까이 뛰자 '사업철수'라는 고육지책을 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업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오스테드 주가는 하루만에 26% 급락했다.

    또다른 해상풍력 글로벌기업인 에이번그리드社는 최근 매사추세츠주(州), 코네티컷주와 맺은 수조원 규모 해상풍력 발전 건설계획을 파기했다.

    입찰시점인 2년전과 비교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매사추세츠에 4800만달러(한화 약 652억원), 코네티컷에1600만달러(약 217억원) 위약금을 물고 계약철회를 강행한 것이다.

    오스테드 경쟁사인 바텐폴은 영국 북해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중단했다. 대출이자 부담 등으로 예상수익이 감소하자 그동안 투입했던 5억달러를 포기하면서까지 사업에서 발을 뺐다.

    해상풍력기업들이 주가 하락이나 위약금 부담에도 사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향후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전세계적 고금리기조와 부품공급난으로 해상풍력 건립·발전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울며 겨자먹기로 '손절'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상승여파로 해상풍력 주요 기가재인 타워와 하부구조물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바텐폴에 따르면 해상풍력 사업비용은 올해에만 40%이상 뛰었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잇따라 좌초되자 이제 막 해상풍력 진출을 위해 걸음마를 뗀 건설업계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1위 기업의 프로젝트 무산으로 해상풍력에 대한 신기루가 걷히면서 투자유치 위축과 프로젝트 중단, 발주감소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 ▲ SK오션플랜트가 제조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재킷. ⓒSK에코플랜트
    ▲ SK오션플랜트가 제조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재킷. ⓒSK에코플랜트
    현재 해상풍력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대우건설과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등이다.

    대우건설은 토목사업본부내 풍력사업TFT를 신설해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SK에코플랜트와 '해상풍력 발전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사인 SK오션플랜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울산과 전남 지역에서 3.7GW 규모 해상풍력 발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안마 해상풍력 운송·설치사업'을 수주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2조5000억원 규모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해상풍력사업이 아직 국내에 치중돼 있으며 관련기술력도 미국·유럽 등 선도국의 60~8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아직 사업초기 단계인 만큼 고금리 등 시장 외부변수에 대한 '내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고난도 기술력과 비용을 요구하는 분야로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해 비용의 70%이상을 PF대출 등으로 충당한다"며 "그만큼 대출이자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에 고금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건설사들의 해상풍력사업 경우 대부분 국내에 국한돼 당장 미국 프로젝트 무산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해상풍력 자체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장기적인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제2, 제3의 영광 낙월해상풍력사업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광 낙월해상풍력사업은 2조3000억원 규모 국내 최대 규모 프로젝트였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에 발목을 잡혔다. 원래 계획보다 사업비가 2000억원이상 오르면서 관련 업체들이 손을 뗐고 사업주체인 서부발전도 490억원대 출자를 철회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솔직히 현시점에서 해상풍력을 효율적인 먹거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프로젝트 완료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수익전환되는 시기도 늦어 건설사 입장에서도 리스크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풍력을 비롯한 글로벌사업이 제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부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환경이 어려울수록 정부의 뚝심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건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오스테드 등 프로젝트 취소로 해상풍력부문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라며 "내년에 금리완화로 중단된 프로젝트가 재개되면 관련업체들 주가반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