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탓 교육시설 신설 회의적시설 '이전·증축' 대안에 기존주민 '반발'고덕강일 '통학대란'…강솔초 '도보 30분'목동 이미 30~40% 과밀학급…둔촌보다 심각
  •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둔촌주공 아이들만 학생인가요. 멀쩡한 학교를 이전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둔촌2동 주민)

    서울 재건축·재개발단지들이 학교신설·이전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주민수는 크게 늘었지만 '학령인구 감소' 탓에 교육시설을 새로 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인근학교를 이전, 증축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기존주민들 반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양천구 목동 등 일대에서는 가구수 증가에 대비한 교육정책,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촉발된 기존주민간 '학교쟁탈전'이 다른 정비사업지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을 통해 가구수가 2배이상 늘어나는 목동이나 입주랠리를 앞둔 고덕강일에서도 이같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85개동·총 1만2032가구 규모인 둔촌주공은 오는 2025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아직 중학교 이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조합원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애초 단지내 초·중교를 신설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020년 교육부가 '학교설립 수요가 없고 인근학교에 분산배치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결국 재건축조합과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지난 6월 단지건너편 한산중학교를 단지내로 이전하는데 협의하고 논의를 끝냈지만 이번엔 해당학교가 위치한 둔촌2동·성내3동 주민들과 학부모들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까지 이들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둔촌주공 입주예정자들과 인근주민들간 날선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강동구청이 서울시교육청에 둔촌주공 학교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동구 고덕강일에 위치한 강동리엔파크 14단지에서도 '통학대란' 탓에 갈등이 예고된다. 현재 이단지 초등생들은 30분거리인 강솔초교로 통학중이다. 주민들은 초교신설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줄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단지가 위치한 고덕강일3지구는 최근 3년새 강동리엔파크 9·11·13·14 등 4개단지가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총 가구수가 2584가구로 초교 신설기준인 4000가구에 못 미쳤다.

    같은지역에 강일어반브릿지 10·12단지가 곧 입주할 예정이지만 초교 신설기준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이들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와 교육지원청은 학교보다 규모가 작은 서울형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목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목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학교신설을 아예 포기한 단지도 있다. 서초구 방배5구역(디에이치방배)은 교육부 반대로 초교신설이 막혀 해당부지에 체육시설을 조성하기로 했고 은평구 갈현1구역은 '초품아'를 포기하고 가구수를 300가구 늘리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과밀학급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072가구)' 등 대단지가 위치한 '강남3구'는 정비사업에 따른 인구증가와 학군수요가 겹치면서 인근학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대규모 재건축이 예정된 목동에서도 마찬가지다.

    목동 신시가지 14개단지엔 약 2만6000가구가 들어서 있고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2배 많은 5만3000가구가 될 예정이다. 

    목동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목동은 이미 전체학급 30~40%가 과밀인 상황"이라며 "지금보다 가구수가 2배 늘면 둔촌주공보다 더한 학교갈등이 터져나올 게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게다가 목동은 학군수요까지 더해져 교육시설 부족, 과밀학급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재건축 공사기간 이주한 학생들 통학문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교육수요에 비해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목동 택지개발지구내 초교 10곳 등을 대상으로 '목동지구 재건축사업에 따른 적정 학생배치 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용역을 통해 인구유입에 따른 학령인구변동과 학교 신설부지 검토, 학교증축 및 재배치 등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재건축 등을 통해 아파트가 특정지역에 집중되면서 학교를 포함한 SOC시설 부족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발이익 기부채납을 통한 학교신설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 같은 교육시설은 건물만 짓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교사수급 같은 장기적인 운용계획이 요구된다"며 "결국 지역주민들이 요구한다고해서 학교를 마냥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로 기존학교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인 만큼 학교신설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