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발 피벗 기대 옅어져이창용 "라스트 마일 쉽지 않다"물가 발목에 전문가들도 "내년 4분기로 미뤄질 것" 전망국고채 3년물 3.2%→3.3%, 은행채 5년물 3.7%→3.8% 재상승원/달러 환율도 다시 1300원대로 복귀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발 조기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이 혼조세를 겪고 있다. 하락을 거듭하던 시장금리는 조정국면을 거치며 다소 상승한데다, 내년 상반기를 점치던 금리인하 시점도 미뤄지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년 1월과 2월, 4월과 5월, 7월과 8월, 10월과 11월 등 총 8차례의 통화정책결정방향회의를 연다.

    관건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다. 시장에서는 내년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인하시점과 인하폭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긴축 기조가 충분히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이 총재는 "현시점에서 생각하면 (금리유지 기간이) 6개월 이상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10월(3.8%)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3%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차를 거쳐 소비자물가지수로 이어지는 생산자물가지수는 0.6%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폭 둔화는 유가와 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면서 생긴 것으로 앞으로 이처럼 빠른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도 "물가 둔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마지막 한걸음(라스트 마일)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다"며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경계심이 커지면서 한호하던 시장 분위기도 반전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5일 한은 기준금리(연 3.55) 아래로 떨어진 이후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다 21일 연 3.22%에서 연 3.23%로 반등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연 3.7%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연 3.8%로 올라섰다. 12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1300원선을 복구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예상하는 한은 금리인하 시점도 미뤄지는 추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한은이 내년 2분기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티와 JP모건의 경우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했다. 특히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2.0%p로 역대 최대치인 것으로 고려할 때 내년 4분기(10월) 이후에나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심으로 선진국 물가 상승 압력 둔화 신호가 관찰되고 있으나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등 부채와 부동산은 불안한 모습"이라며 "긴축 완화를 기대하는 전망과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전망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