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1.3조 늘어…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 등 부채비율 위험 수준유동비율 150%이상 7곳 불과…계열사 매각·회사채 발행 통해 대응급한불 껐지만 성장동력 '뚝'…내년 상반기 건설채 2.3조 만기 도래
  •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상위 20대 건설사들의 단기차입금이 8조원을 돌파하면서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은 계열사 매각과 회사채 발행을 통한 현금성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장기적으로 부채 증가, 미래성장동력 감소 등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중견사가 줄도산한 데 이어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마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업계내 유동성 확보 전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PF 위기가 가시화한 올해 초부터 일선 건설사들은 현금 곳간 채우기에 주력해왔다.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상위 20대 건설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조9893억원으로 전년동기 14조4676억원대비 1조5217억원 늘었다.

    이는 타부문 실적이 함께 잡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한화 건설부문, 분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 호반건설·대방건설·중흥토건·제일건설을 제외한 16개 건설사 통계수치다.

    표면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늘었지만 재무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악화한 양상을 보였다.

    이들 건설사의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8조993억원으로 1년새 1조3487억원 급등했다. 단기차입금은 이자율이 높고 상환기간이 짧은 만큼 규모가 커질수록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단기차입금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로 1조3318억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순으로 컸다. 롯데건설이 4846억원에서 1조431억원으로 5585억원 늘었고 포스코이앤씨는 5733억원에서 1조492억원으로 4759억원, GS건설은 8672억원에서 1조2802억원으로 4130억원 증가했다.

    또한 16개사 가운데 안정적 재무구조 기준인 유동비율 150%이상을 충족시킨 곳은 △현대건설 186% △대우건설 159% △현대엔지니어링 164% △DL이앤씨 156% △HDC현대산업개발 161% △DL건설 216% △서희건설 172% 등 7곳뿐이었다.

    유동비율은 단기 현금동원력을 나타내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150%이상일 경우 재무구조가 안정된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100%이하는 유동성 리스크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분석대상 기업중에선 SK에코플랜트가 93.4%를 기록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외 GS건설(110%)과 코오롱글로벌(103%) 등은 안정권 기준을 간신히 넘겼다.

    부채비율 경우 16곳중 6곳이 재무건전성 위험기준인 200%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479%로 가장 높았고 △코오롱글로벌 287% △GS건설 250% △롯데건설 233% △계룡건설 225% △SK에코플랜트 210% 등이 뒤를 이었다.
  • ▲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사옥. ⓒ태영건설
    ▲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사옥.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은 계열사 및 토지 매각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현금성 자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GS건설은 핵심 자회사인 GS이니마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GS이니마는 스페인에 거점을 둔 수(水)처리 회사로 GS건설이 2021년 신사업 확장을 위해 스페인 건설사 OHL로부터 인수했다.

    GS이니마 지분 약 20%를 매각해 현금 1000억원을 확보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에 나섰다. 에코비트 몸값은 최대 3조원으로 매각 성사시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경기 부천시 '오정동 군부대 현대화 및 도시개발사업' 지분(69%)과 사업장 시공권 매각 등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매각이 성사될 경우 현금 3000억원 조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SBS 매각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J중공업은 올해 인천북항 부지를 매각해 현금 2770억원을 확보했다. 신세계건설은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 합병을 추진중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3분기 기준 468%에 달하는 부채비율이 300%대 중반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8월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회사채 680억원을 금리 8.3%에 사모발행했다. 만기는 2025년 2월22일로 1년 6개월이다. 롯데건설은 작년말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건설업계에선 이같은 현금성 자산 확보 노력이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미래성장동력 일부를 포기하는 일종에 고육지책이나 다름 없다"며 "회사채 발행 경우 보유현금을 즉시 늘려 유동성 리스크 대응에 효과적이지만 요즘 같은 고금리 시장환경에선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2조3700억원 규모 건설채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월 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화·현대건설 등이 발생한 1조4200억원가량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총 1조2200억원으로 상반기 절반 수준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건설사들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는 부채비율이나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지표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돼 건설사 재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무부담 확대를 감수하더라도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